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드네프르강 하류 카호우카 수력발전소(HPP) 댐의 모습. [유튜브 'DW Deutsch'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의 젖줄’로 불리는 드네프르강 하류에 위치한 카호우카 수력발전소(HPP) 댐을 두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상대방이 댐을 폭파하려 한다고 상호 비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관영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의 무기로 댐을 타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24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러시아가 세운 헤르손 지역 행정부의 긴급구조대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노바카호우카 시를 향해 하이마스와 앨더(Alder) 미사일 총 19발을 발사했으며, 이중 3발이 카호우카 HPP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레온티예프 노바카호우카 시 행정장관은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카호우카 HPP는 심각한 피해를 입진 않았다”며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0일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댐을 폭파하려 댐과 시설물에 지뢰를 매설했다고 경고한 지 나흘 만에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카호우카 댐을 파괴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 뒤집어 씌우는 ‘가짜 깃발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도 지난주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HPP에 대해 ‘가짜 깃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수의 군사 전문가들은 헤르손 지역에서 철수를 고려 중인 러시아가 실제 퇴각할 경우 카호우카댐을 폭파해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카호우카댐이 파괴될 경우 드네프르강 하류 지역의 상당수 마을이 침수되면서 대규모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민간인 사망자와 이재민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젤린스키 대통령은 “댐이 파괴될 경우 하류의 약 80개 지역 수십만명이 홍수 피해를 입게 된다”고 경고했고, 영국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 닐 멜빈 소장도 “겨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전기 생산 능력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카호우카댐이 가두고 있던 호수의 물이 빠질 경우 상류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이 심각한 냉각수 부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매체 루브리카는 “카호우카 HPP가 파괴될 경우 자포리자 원전의 원자로가 냉각수 부족으로 인해 ‘멜트다운(meltdown·노심용융, 원자로의 노심부가 녹아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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