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주변서는 또 “25차례 포격”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군사적 충돌이 계속되며 ‘핵재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 세계가 나서 원전 방어를 위한 힘과 결단력을 러시아 측에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공개한 연설 영상을 통해 “전 세계가 원전 방어를 위한 힘과 결단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러시아의 테러에 패배하는 거이고 핵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핵 관련 추가 대러시아 제재 부과를 촉구하면서 “러시아의 행동으로 참사가 발생한다면 그 충격파는 현재 침묵하는 사람들을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포리자 원전단지를 점령한 러시아군을 향해서는 “단지를 공격하거나 공격 기지로 활용하는 경우 우크라이나군의 ‘특수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그 직후인 3월 초 우크라이나 에네르호다르 지역의 자포리자 원전 단지를 점령했다.
이후 단지 안에 자국군 병력과 대형 무기를 대거 배치하고, 러시아 국영 원자력에너지사 로사톰 출신 기술자들까지 들여보내 원전 운영에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원전 일대에서 포격전이 벌어지면서 방사성 물질 유출 등 대규모 원전 사고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포격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이날 에네르호다르의 러시아 점령군 측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제 M777 곡사포를 이용, 원전 인근 지역과 주거지 등을 25차례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트위터에 “러시아군은 (스스로)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을 쏟아부으면 전 세계가 자기네 조건을 받아들여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러시아 자작극설을 제기했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 측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사찰을 요구 중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통해 방문할 경우 막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코르 비슈네베츠키 루시아 외무부 핵확산·군비통제부문 차관은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IAEA가 원전 운영권 반환 등을 주장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 사항에 귀를 기울일 경우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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