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중국군이 군함 훈련을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The Sun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중국 군함이 대만이 주장하는 ‘12해리 영해’를 넘어 들어갔는지 여부를 놓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대만이 중국 영토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대만 영해’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에 이 문제에 대해 당국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 군함에서 대만 해안선과 산 등이 명확히 드러나게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대만 해안 코앞까지 진입했음을 ‘과시’하자 일부 매체들이 대만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수역에 중국 군함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7일 해당 군함이 구축함 난징호이며, 자국 과학기술 분야 기업의 간접 측정치를 인용, 대만 동부 화롄시의 호핑 발전소에서 11.78km 떨어진 곳까지 진입했다고 썼다.
친중 성향의 홍콩 매체 펑황망은 “이것은 이른바 ‘12해리(22.224km) 영해'에 들어간 것 아닌가”라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썼다.
반면 대만 해군은 7일 “중국 인민해방군 구축함 난징호가 동부 화롄의 호핑 발전소 11.78km 거리까지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사진과 중국 매체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대만 해군은 “해군은 중국군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시작한 지난 4일 이래 모든 중국 군함을 면밀히 추적해왔는데 중국 군함은 훈련 기간 우리 영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대만 국방부도 별도 성명에서 “중국 군함이 대만 영해에 진입했다면 그에 훨씬 더 공세적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국 군함의 영해 침범 논쟁의 경우 군함의 운용 국가 쪽에서 ‘오리발’을 내밀고, 연안국은 넘었다고 추궁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엔 역할이 뒤집힌 양상이다.
이 같은 진실 공방은 양측 간 고도의 심리전 맥락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중국군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강하게 맞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대만인에게는 안보 위기를 체감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만은 ‘영해가 뚫렸는데도 강경 대응하지 않았다’는 여론의 지적에 대응하는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 안보에 대한 우려가 정권 비판론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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