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방문해 푸틴과 만난 슈뢰더 前 獨 총리 직격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 대표적인 ‘친(親)러시아파’ 인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를 향해 “역겹다(disgusting)”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게시한 연설 영상을 통해 “유럽적 가치를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주요국 전직 지도자가 유럽적 가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를 위해 일하는 것은 그야말로 역겨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슈뢰더 전 총리의 ‘협상을 통한 휴전’ 발언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왕실의 목소리”라고 일축하며 “모스크바와 평화협상은 러시아군이 우전면 침공을 감행한 우크라이나 땅에서 철수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났다는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시사잡지 슈테른(Stern)· RTL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를 포기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주민들이 특별 지위를 부여받게 하는 선에서 물러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반대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서 짭짤한 수입을 거둬 온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눈총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지난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고 밝히면서 “좋은 소식은 크렘린이 협상을 통한 해결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타결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송 협상이 휴전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슈뢰더 전 총리는 구체적인 쟁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선 그는 우크라이나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탈환하려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어차피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봐도 러시아 땅이고 지금도 러시아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크림반도 문제는 다음 세대로 넘기며 장기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슈뢰더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에 대해선 과거 이를 반대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결정이 옳았다고 평가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돈바스 문제와 관련해선 “민스크 협정을 통해 이곳은 우크라이나 영토로 합의됐다”고 언급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그곳에 사는 친러 주민들의 언어 사용 등 권리를 제한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바스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주(칸톤)와 연방제를 구성한 스위스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슈뢰더가 러시아에 돈바스는 포기하되 친러 주민이 특별 지위를 갖게 하는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해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모습. [AP] |
슈뢰더는 “양쪽이 모두 양보를 해야 한다”며 “튀르키예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인터뷰 내용이 러시아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인지, 단순한 그의 사견인지는 확실치 않다.
슈뢰더 전 총리는 아울러 현재 가동을 중단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을 올겨울 가동함으로써 에너지 위기를 넘기자고 주장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친분을 계속 이어가는 데 대한 비난 여론엔 개의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전쟁을 비판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러시아와 소통하는) 내가 다시 쓸모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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