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진 “우리 억지력 부족했지만, 집단적 나약함 보이면 안 돼”
3일 오후 2시 현재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 [바이두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초고강도 군사 대응까지 천명한 중국의 경고에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해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가 온라인 상에서 들끓고 있다.
3일 오후 2시 현재 헤럴드경제가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확인한 결과 1~10위 모두 대만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1위는 심야에 주(駐)중국 미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는 내용이었고, 2위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탄 사격 훈련을 할 것이라는 군사적 대응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 밖에도 호전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다.
연합뉴스가 앞서 이날 오전 9시에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확인했을 때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외교·군사적 대응에 관한 내용이 상위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서도 펠로시 의장 관련 검색어가 오전 내내 10위권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대만을 찾은 펠로시 의장을 향해 분노와 적대감을 드러내면서도 그의 대만행을 막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중국 정부가 여러 차례 경고했음에도 펠로시가 대만을 방문했다는 것은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도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방문을 막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적었다.
또다른 네티즌은 “중국 국방부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펠로시는 무사히 대만에 상륙했다”며 “(중국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궁금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전날 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웨이보 접속이 수 시간 동안 차단되는 현상은 네티즌들의 분노와 실망에 불을 지폈다.
네티즌들은 중요한 순간에 웨이보 검색을 할 수 없고, 실시간 검색어 화면도 먹통이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웨이보 측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중국 당국은 민감한 사안이 있을 경우 여론 조성을 막기 위해 웨이보 접속을 차단한다.
한 네티즌은 “민중을 동원해 펠로시에게 여론의 두려움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웨이보가 차단됐다”며 “인민의 발언을 막는 게 어디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의 전용기를 격추해서라도 대만 방문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관변 언론인 후시진(湖錫進)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대중을 향해 실망해선 안 된다고 다독였다.
후 전 편집인은 3일 오전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펠로시가 대만에 도착했다는 것은 우리의 억지력이 아직 부족하고 그녀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반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로 인해 낙담하며 우리가 졌다거나 치욕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장된 것으로, 우리는 절대 집단적 나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썼다.
차이잉원(蔡英文·오른쪽) 대만 총통이 3일 타이베이(台北) 총통부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에게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綏卿雲) 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지 못한 것이 중국의 국력을 보여주는 일이라거나 패배주의적 여론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후 전 편집인은 이어 “우리가 대만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나도 무척 안타깝다”며 “해방군의 대만을 둘러싼 실사격 훈련에 일부 사람들은 ‘생선 튀김’(炸漁·강자가 약자를 괴롭힌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들은 대만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륙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막지 못했지만, 우리는 정말 중요한 반제(반격해 상대를 제압한다)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펠로시는 그녀와 미국의 돌파구가 있고, 우리도 우리의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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