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Bloomberg Markets and Finance'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홍콩 명보는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평가했다.
명보는 사설을 통해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펠로시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싸고 전쟁을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분명히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신냉전 시대 미중은 첫 번째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이번 위기의 서곡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인민해방군은 5일 연속으로 대만 주변 6개 지역에서 대만을 봉쇄하는 것과 같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 시기인 1962년 구소련이 미국과 가까운 쿠바에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하면서 미국과 구소련이 대립한 사건으로, 인류사에서 핵전쟁에 가장 근접했던 때로 평가된다.
명보는 “반중으로 유명한 펠로시 의장은 미국 역사상 대만에 발을 디딘 최초의 민주당 하원의장이 됐지만, 역내 미국의 위상을 손상시켰다”며 “그는 결국 싸움을 택했지만 그가 정말로 인민해방군의 요격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그가 탄 비행기가 일부러 남중국해를 피해 우회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모험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Bloomberg Markets and Finance' 채널 캡처] |
전날 펠로시 의장 일행을 태운 C-40C 전용기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후 남중국해를 경유해 대만으로 향하는 통상적인 항로 대신 오른쪽으로 다소 우회해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영공을 경유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대만까지의 통상 비행시간인 5시간보다 2시간 더 오래 걸렸다.
명보는 “어젯밤은 세상을 바꾼 밤이었을지도 모른다”며 “대만 해협의 상황이 한동안 요동칠 수 있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결과는 모든 당사자의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고 썼다.
이어 “위기와 갈등을 촉발하는 것은 작은 불씨 하나면 충분하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역사적 중요성과 위험의 측면에서 볼 때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ABC News (Australia)' 채널 캡처] |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 동안 있을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해 벌이는 군사훈련에 미국이 약하게 대처하면 대만을 정말 지지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낳을 것이고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대만 해협의 상황이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익명의 대만 전문가는 명보에 “실제 위험은 펠로시가 대만을 떠날 때나 떠난 후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순전히 추측일 뿐”이라면서도 “비행기 충돌과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으며 미국과 중국 간 충돌이 아니라 중국과 대만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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