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CNBC Televisio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의 초점이 동부 돈바스에서 남부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우크라이나군이 거점 도시 헤르손을 수복할지가 이번 전쟁의 흐름을 가를 핵심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당국자, 영국 국방부 정보당국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현재 남부로 진격하면서 헤르손 탈환을 위한 전력을 비축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의 북쪽 경계인 인훌레츠강 남쪽에 교량 엄호를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 헤르손 내 러시아군이 자국군 군수 보급에 활용하던 다른 교량 3곳에 대해선 공격을 퍼붓고 있다. 공격 대상 교량 가운데 1366m짜리 안토니우스키 대교는 현재 아예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이 공격으로 사실상 헤르손에 고립된 러시아 점령군은 군수 보급을 유지하기 위해 부교 2개를 설치하고 운송선을 배치했다고 영국 정보당국은 분석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미국 등이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등으로 동부 돈바스와 남부 등지에서 러시아군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가 높은 HIMARS 미사일에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의 탄약고, 지휘통제센터, 대공방어력이 무력화하고 있다.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늦춘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 탈환을 노려볼 기회가 열린 셈이다.
병사들의 사기 문제를 넘어 우크라이나군 입장에서 헤르손의 전략적 중요도는 막대하다.
지정학적으로는 러시아의 오데사 진격을 저지할 수 있는 요충지다. 러시아에 빼앗긴 도시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고, 항구도시로서 우크라이나 경제에도 크게 기여해 왔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점령군을 물리치고 헤르손을 되찾는다면 유럽에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과시하게 된다. 이는 서방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지원할 중요한 명분이 되고,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이어나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헤르손 탈환 작전이 실패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지원이 줄어들 개연성이 크다.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줄여야 한다는 자국 내 압박에 직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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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기 보급을 서방에 의존하는 우크라이나로서는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면 전쟁을 이어가기 어렵다.
방어에 치중하던 우크라이나가 처음으로 나선 ‘공격 작전’에서 실패하는 경우 전투력에 의문 부호가 달릴 수 있다. 이제는 러시아와 휴전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는 국제적 압박이 커질 공산이 크다.
WSJ은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3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 공략을 집요하게 노리던 초기 1단계, 러시아군이 압도적 화력을 내세워 동부 돈바스 점령에 몰두한 2단계를 지나 이제는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나서는 3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러시아군이 진지를 단단하게 구축한 동부 돈바스와는 달리, 헤르손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일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엘리엇 코언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WSJ에 “헤르손을 되찾는 것은 뱀섬(즈미니섬) 탈환이나 모스크바함 격추보다 의미가 크다”며 “서방의 꾸준한 군사·경제적 지원 덕분에 모멘텀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