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Joe Voigt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에서 원숭이가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자 시당국이 마취총을 이용해 원숭이를 포획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이달 8일을 시작으로 일본 혼슈(本州) 야마구치(山口)현 야마구치시에서는 원숭이 무리가 42건에 걸쳐 주민 44명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공격받은 이들 중에는 노인, 여성, 어린이가 다수 포함됐다.
원숭이는 미닫이문이나 열려있는 창문을 통해 가정집으로 들어가 사람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숭이에게 공격을 당한 한 어린이의 아버지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층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려서 서둘러 내려갔는데 원숭이 한마리가 아이를 덮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련의 공격은 일본 긴꼬리원숭이와 마카크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일본 특산종인 마카크는 일본 각지에서 흔히 발견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마카크를 유해 동물로 지정하고 있다.
앞서 마카크가 농작물을 먹거나 가정집에 들어오는 일이 보고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사람을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 관계자는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공격이 여러 번 반복되는 일은 드물다”면서 “원숭이가 처음에는 어린이와 여성을 공격했지만 최근에는 노인과 성인 남성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시 당국은 원숭이 여러 마리가 집단으로 사람을 공격한 것인지, 공격적인 성향을 띠는 한 마리가 공격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 중이다.
시 당국과 경찰은 첫 공격 이후 주변 지역을 순찰하고 덫을 놓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지만 포획에 실패하자 마취총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은 1994년에 마카크를 멸종 위기를 뜻하는 ‘취약’(Vunerable) 종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IUCN은 2000년대 들어 마카크 개체수가 빠르게 늘자 2008년 ‘최소관심’(Least Concern) 종으로 단계를 조정했다.
최소관심종이란 많은 보호 지역에서 발견되며 분포 지역이 확대되고 있고, 여러 지역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는 종을 의미한다.
문제는 마카크의 개체 수가 회복되면서 주민을 공격하는 등의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히로토 에나리 야마가타(山形)대학 농학부 교수는 작년 4월에 발간한 한 연구에서 마카크에 대한 일본 사람의 인식이 바뀌고, 마카크의 서식지가 사람의 거주지에 근접하면서 마카크와 일본인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대 이전에는 일본인들이 모든 자연물에는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에 마카크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마카크가 동물원 등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면서 마카크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경계하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산림 면적을 늘리기 위해 이뤄진 대규모 산림녹화사업도 원숭이와 사람의 관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마카크의 서식지가 숲 안쪽에서 사람의 거주 공간 경계로 이동하면서 서로 갈등이 잦아졌다는 것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