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Médiatér'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에서 손꼽히는 극우 지도자인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이번에는 “혼혈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폭탄 발언을 해 정계를 발칵 뒤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루마이나 방문 도중 연설에서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뒤섞이는 국가를 겨냥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혼혈 민족이 아니며, 혼혈 민족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유럽인과 비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더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그가 수년간 고수해온 입장과 비슷한 것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노골적 표현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헝가리 야당을 포함한 유럽 정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한 헝가리 야당 의원은 오르반 총리 발언에 소름이 돋았다면서 “이 정권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헝가리의 혼혈 주민을 향해 “여러분은 피부색이 다를 수 있고, 유럽이나 다른 곳에서 왔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우리 일원이며,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면서 “다양성은 국가를 강하게 해주지 약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마니아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한 의원은 “유럽에 중부, 동부 같이 뒤섞인 지역에서 민족이나 인종의 ‘순도’를 논하는 것은 망상이며 지극히 위험하다”면서 “오르반 총리 또한 그렇다”고 직언을 날렸다.
이날 연설에서 오르반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서방 대응을 비난하며 독자 노선을 고수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에 현대화한 무기를 보낼수록 러시아는 전선을 넓힐 것”이라며 “우리가 하는 일은 전쟁을 장기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헝가리도 나토 회원국이긴 하지만 오르반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모스크바를 방문해 양자 회담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이 21일 모스크바를 찾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하고, 기존 계약에 더해 더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
오르반 총리는 서방이 할 일은 우크라이나 승리를 기원하는 게 아니라 평화 협상을 중재하는 게 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편도 아니고 우크라이나 편도 아니라 둘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렉 니콜렌코 외무부 대변인은 오르반 총리 주장이 “러시아의 선동”이라고 몰아세웠다.
오르반 총리는 4월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피데스가 승리하면서 네 번째 연임 중이다.
그는 사법 독립 침해, 반(反)이민 정책, 언론 탄압, 선거 조작 등으로 논란을 몰고 다녔으며, 이 때문에 유럽연합(EU)과도 연거푸 충돌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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