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EU·英·튀르키예 등 러 공격 비판
곡물 수출 합의 자체 무산 우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또 한번 국제적 합의를 무시하는 무자비한 행동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선보였다.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흑해로 수출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터키)의 4자 협상이 타결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수출항 중 한 곳에 러시아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사회는 일제히 약속을 저버린 러시아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전란 속에 막혀있던 바닷길을 열어 세계 식량난을 풀어보려는 이번 합의는 실무적인 준비에 들어가기도 전에 발생한 미사일 공습으로 이행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 칼리브르 순항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으며 다른 2발은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사상자 발생 여부나 항구의 구체적 피해 상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데사 지역 하원의원인 올렉시 혼차렌코도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항구 주변에서 6번의 폭발이 있었고 항구에 불이 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 방공대가 날아오는 미사일을 일부 격추했으며 전투기가 공중전을 벌이고 있으니 대피를 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알렸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
전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협상안에 서명했다. 기뢰가 깔려 있던 흑해에 안전 항로를 마련하고 우크라이나 곡물과 러시아의 곡물 및 비료 수출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푸틴 대통령을 향해 비난 수위를 높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서 발생한 공격을 명백히 규탄했다고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이 이날 성명에서 밝혔다.
하크 부대변인은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터키 간 합의는 반드시 완전히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EU는 오데사 항구에 대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탄불에서 합의가 이뤄진 지 하루 뒤에 곡물 수출에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한 것은 특히 비난받을만하고 다시 한번 국제적 법과 약속에 대한 러시아의 완전한 무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협상 타결 다음 날 공격을 감행한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트러스 장관은 “약속을 어긴 러시아는 관여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에서 곡물을 꺼내올 더 나을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제 파트너들과 긴급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유엔과 함께 중재 역할을 했던 튀르키예의 훌루시 아카르 국방부 장관은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이번 사건이 “우리를 정말 걱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다만, 아카르 장관은 “러시아가 우리에게 이번 공격과 러시아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러시아를 명시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이나군 남부 작전사령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칼리브르 순항미사일로 우크라이나의 항구인 오데사의 기반 시설을 타격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그간 러시아군의 흑해 항구 봉쇄로 주요 식량 수출국이던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전 세계 식량 수급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흑해 주변에 묶인 우크라이나산 밀은 2000만~2500만t에 달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협상이 극적 합의에 도달한 이튿날 안전 항로를 만들기로 한 곡물 수출항 중 하나였던 오데사의 기반 시설에 미사일에 폭격이 가해지면서 곡물 수출 합의 자체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뒤따른다.
당장 이날 착수하기로 한 협상 4자간 공동 조정센터 설립 작업부터 제대로 진행될지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박에 무기가 적재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을 비롯해 수출입 업무 전반을 관리·감독할 공동 조정센터를 만들어 신속하게 곡물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계획이 세워져 있었지만, 실무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악재를 만난 셈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