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동료 병사 시신을 옮기고 있다. [유튜브 'The Su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군이 갓 입대한 신병을 제대로 훈련도 시키지 않고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영자지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군 병사로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병사와 러시아군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 같은 내용을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반(31)’이란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러시아군 병사는 자신이 입대 후 5일간 군사 훈련을 받고서는 우크라이나 전투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부대에는 기관총 작동 방법이나 분해·조립 방법조차 모르는 병사들이 많았다”며 “기초부터 가르쳐야 하는 전우들과 함께 어떻게 전투를 치를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표준 신병 훈련 프로그램에 따르면, 병사들은 입대 후 4주간 사격, 수류탄 투척, 군사 전술 연구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총 240시간의 훈련을 받도록 돼 있다.
러시아 인권단체 시티즌의 세르게이 크리벤코 국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훈련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녀들을 내보낸 러시아 부모들은 자녀들이 입대한 지 1주일 만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는 자녀들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러시아군 병사는 지난달 영국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입대한 신병들이 기관총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하고, 실제로 탱크를 본 적도 없는 상황 속에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 떠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신병들에 대한 훈련 역시 체계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나타났다. 새롭게 부대로 편성된 병사들 가운데선 시리아 전쟁과 체첸 전쟁 등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전쟁이 처음인 사람들 역시 전투 경험이 있는 사람의 기준에 맞춰 훈련이 진행되다보니 배울 것이 없었다는 볼멘 소리도 나왔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사상자 비율이 높은 이유가 훈련 부족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미국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다라 마시콧 선임 연구원은 “러시아 군대 내엔 전문가가 부족한 상황이라 군장비가 고장나도 제대로 고칠 능력조차 부족하다”며 “군인들이 자신의 지휘관이 누군지도 모르고, 싸우는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Chechen special forces in Ukraine' 채널 캡처] |
한편,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이 군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주된 이유는 바로 돈 때문이란 분석도 있었다. 러시아 전역에서 일반적인 직장에 근무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급여의 4배까지 많은 돈을 군인으로서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처럼 무리하게 추가 병력을 모집하고 있는 것은,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기간 고전하면서 병력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윌리엄 번스 미 CIA 국장은 전날 미 콜로라도주(州)에서 열린 애스펀 국방포럼에서 “미 정보기관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약 1만5000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그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