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SciNew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과 러시아 우주비행사가 짝을 이뤄 국제우주정거장(ISS) 밖에서 7시간여에 걸쳐 우주유영을 했다.
러시아 우주비행사가 다른 나라 우주비행사와 함께 우주유영을 한 것은 13년 만이고, 유럽 우주비행사와는 무려 23년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놓고 서로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적어도 지구 저궤도의 ISS에서는 협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외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우주비행사 올레그 아르테폐프는 유럽우주국(ESA) 소속 이탈리아 여성 우주비행사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와 한 조를 이뤄 ISS 밖에서 우주유영을 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전날 밤 11시50분 러시아 모듈인 ‘포이스크’의 해치를 열고 ISS 밖으로 나간 뒤 이날 오전 6시 55분까지 7시간 5분에 걸쳐 우주유영을 하며 나노위성 10대를 궤도로 띄우고 11m짜리 컴퍼스처럼 생긴 유럽 로봇팔의 어댑터를 포이스크에 설치하는 등의 작업을 했다.
이 로봇팔은 지난해 7월 ‘나우카’ 모듈을 발사할 때 함께 실어 보낸 것으로 지금까지 설치와 관련해 세 차례에 걸쳐 우주유영이 이뤄졌다.
ISS에는 세 번째 로봇팔이지만 러시아 모듈에 닿는 유일한 로봇팔이기도 하다. 로봇팔은 ISS 안팎으로 물건을 옮기고 카메라를 이용해 외부를 점검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대서방 강경 발언을 거듭해온 드리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 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전 사장은 이달 초 ESA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와 함께 추진해온 화성탐사 프로젝트 ‘엑소마스’(ExoMars)를 공식 종료할 것으로 전해진 데 발끈해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에게 이 로봇팔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 단행된 소규모 개각을 통해 로고진 사장을 유리 보리소프 부총리로 교체하고, 이후 몇 시간 만에 수개월을 끌어온 미국과 러시아의 우주선 좌석 교환 협정 체결이 발표됨으로써 적어도 지구 저궤도에서는 협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번 우주유영도 또 하나의 그런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ISS에서는 우주비행사가 외부 기기 점검 등을 위해 선체 밖으로 나가 우주유영을 하는 일이 자주 있지만, 러시아 비행사가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우주비행사와 함께 작업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러시아와 유럽 우주비행사가 함께 우주유영을 한 것은 1999년 4월 이후 처음이며, 미국과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영도 2009년 6월에 두 차례 있고 난 뒤에는 단절된 상태였다.
이날 우주 유영은 아르테몌프에게는 여섯 번째, 크리스토포레티에게는 첫 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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