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제2차세계대전 관련 행사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타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크름(러시아명 크림)반도를 향해 우크라이나가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심판의 날(Judgement Day)’이 올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가 남부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반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국가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다연장 로켓 시스템으로 크름반도 탈환을 위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의 발언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제2차세계대전 관련 행사에서 참전용사들을 만나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는 ‘구조적 위협’에 직면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심판의 날’은 매우 빠르고 힘겨울 정도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4년 3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제2차세계대전 관련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Moscow Edits' 채널 캡처]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크름반도가 명백한 러시아의 영토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크름반도가 러시아의 품으로 돌아왔다”며 “최근 크름반도 인근에서 일어난 일을 참작한다면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 공언은) 명백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에 ‘징벌적 결과’를 안기려는 서방의 시도는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도 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의 이날 발언은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가 크름반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의 영토이며, 미국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바딤 스키비츠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UMI) 부국장은 전날 한 TV 방송과 인터뷰에서 ‘하이마스의 목표물에 크름반도도 포함되는가’란 질문에 대해 “러시아가 크름반도와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에 정당한 공격목표에 해당한다”고 답변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측은 최근 크름반도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이어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운데)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17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에서 열린 제2차세계대전 관련 행사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타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연설을 통해 “우리는 크름반도도 해방시킬 것”이라며 “(크름반도 도시인) 얄타, 수다크, 잔코이, 예우파토리야 상공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릴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후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목표가 크름반도의 탈환이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