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하원 원내 정당 대표들과 면담에서 “지금 전장에서 우리를 패배시키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할 테면 해보라”라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The Telegraph'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역사의 종언’이란 책으로 유명한 미국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우크라이나에서 아직 러시아군의 본격적 작전이 시작되지 않았다며 확전 가능성을 시사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 ‘허풍(bluffing)’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와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약 2만명, 부상자는 약 6만명 정도로 전체 군 병력의 3분의 1에 이르는 수준”이라며 “러시아군이 현재 매우 심각한 병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공격을 시사한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말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쿠야마 교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결정한 푸틴의 선택이 러시아에게는 군사적 관점에서 사실상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사 작전을 집중하기 시작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사실상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예비군까지 부족한 마당에 러시아처럼 큰 나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감당할 수 있는 소규모 군사작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7일 푸틴 대통령은 하원 원내 정당 대표들과 면담에서 “지금 전장에서 우리를 패배시키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할 테면 해보라”라며 “크게 봐서 우리는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아무런 심각한 일도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여기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역의 부대에 대해 작전을 강화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의 한 분석가는 “당장의 전투는 소규모”라면서도 “만약 일시적 작전 중단이 정말로 끝난다면, 러시아는 아마도 향후 72시간 내 공세를 재개하고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사의 종언’이란 책으로 유명한 미국 국제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의 모습. [유튜브 'Times Radio' 채널 캡처] |
후쿠야마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지역 대신 남부 헤르손주(州)와 아조우해 인근 지역에 대한 탈환 작전에 전념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로선 흑해에 대한 접근 능력을 확호다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며 “이를 위해 헤르손과 아조우해 연안 항구 도시에 대한 탈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돈바스 지역에 대한 탈환은 향후 몇 달 안에 현실화하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쿠야마 교수는 9~10월까지 우크라이나군이 헤르손주와 아조우해 연안 도시에 대한 탈환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러시아와 진지한 휴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후쿠야마 교수는 2024년 치러질 차기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러시아가 전략적 승리를 거두게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는 분명 친(親)러시아 인사이지 친우크라이나 인사는 아니다”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미국을 철수시키려는 의도를 지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면 서구의 단결이 약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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