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ERIKA MIZUTANI'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를 살해한 용의자의 모친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 집권 자민당과 통일교 사이에 반공을 고리로 한 관계가 오래 지속됐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법적으로 종교 집단이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지만,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이자 1957∼1960년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는 1960년대 문선명 통일교 총재의 공산주의 반대 활동을 지원했다.
통일교는 1968년 ‘공산주의는 틀렸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국제승공연합’(國際勝共連合)을 만들었다. 국제승공연합 홈페이지에 따르면 문 총재는 항상 “세계에서 공산주의자가 사라질 때까지 승공(勝共·공산주의 세력을 이김)의 깃발을 내리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일본 정치와 종교 간 관계를 연구하는 레비 매클로플린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는 WSJ에 “통일교는 야심 있는 종교여서 권력자의 환심을 사려 했고, 이권을 위해 자민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WSJ은 통일교가 아베 전 총리 가문뿐만 아니라 자민당의 다른 유력 인물들과도 교류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1974년 자민당 핵심 인사였던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가 문 총재를 “아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언급한 일화를 소개했다.
역사학자 리처드 새뮤얼스에 따르면 일본 내 통일교 신자 수는 1970년대부터 한국을 넘어섰고, 신자 중 일부는 자민당에서 무료로 근무하기도 했다.
WSJ은 통일교가 1990년대 일본에 또 다른 단체인 ‘세계평화연합’(世界平和連合)을 설립하고, 세미나 개최와 출판물 간행 등을 통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세계평화연합 홈페이지를 보면 이 기관은 국제승공연합의 형제 단체다.
또 일본이 지향해야 할 목표로 ‘방위력이 있는 나라’, ‘가정력(家庭力)이 있는 나라’, ‘공헌력이 있는 나라’를 제시했다. 방위력 증강은 자민당이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며, ‘가정’은 통일교가 중시하는 단어다.
WSJ은 “세계평화연합이 발간하는 월간지 ‘세계사상’ 구독자 약 6000명 가운데 300명이 정치인이고, 그중 다수는 자민당 인물”이라며 “아베 전 총리가 잡지 표지에 몇 차례 등장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민당과 통일교는 모두 관계가 밀접하다는 견해를 부정했다고 WSJ은 전했다.
자민당 관계자는 “당과 통일교 사이의 관계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통일교 측도 “아베 전 총리는 통일교 신자나 고문이 아니었다”며 “신자들이 자민당 후보를 지지할 수는 있으나, 통일교가 특정 정치인을 돕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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