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다양해도 모두 보수색채
총리후보 중 소수인종 절반인 적은 처음
“캐머런의 보수당 현대화 성과”
영국 보수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1차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의 모습.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이 사상 최초로 유색인종 총리를 맞이할 것인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당인 영국 보수당 총리 후보들의 인종적 다양성이 눈길을 끌면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보수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1차 경선 개표 결과 통과자 6명 가운데 3명이 흑인·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이었다. 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1차 경선 1위인 리시 수낙 전 재무부 장관은 부모가 인도 출신이다. 수엘라 브레이버먼 법무상도 인도인 영국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케미 배디너크 전 평등담당 부장관은 흑인이다.
1차 경선에서 탈락한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도 이라크에서 태어난 이민자 출신이다.
전체 인구의 87%가 백인인 영국에서 흑인(3%)·아시아인(6%)은 소수인종으로 분류된다. 이런 인종 분포를 고려하면 차기 총리 후보의 절반이 소수인종이라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에 소수인종 후보가 절반인 것은 역대 최초라고 설명했다. 보리스 존슨 현 총리가 보수당 대표로 당선된 2019년에는 후보 10명 가운데 9명이 백인이었다.
1차 경선을 통과한 후보들은 모두 40대다. 이번 경선에 도전한 후보 가운데 50대는 제러미 헌트(56) 의원과 자하위(55) 장관 딱 둘뿐이었는데 이 둘이 동반 탈락하면서 다음 영국 총리 자리는 40대가 예약했다.
이같은 변화는 2005년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의 선출에 그 뿌리가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당시엔 보수당 소속 소수인종 의원이 2명뿐이었고, 2001년엔 단 한 명도 없을 정도로 보수당은 소수인종의 황무지였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의 얼굴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면서 당시 보수당 텃밭 지역에서 젊고 다양한 정치 유망주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팀 베일 런던 퀸매리대학교 정치학 교수는 “과거엔 보수당이 완고한 수구세력으로 비쳤는데 캐머런이 당을 현대화했다”며 “이민 1·2세대 사회가 보수당의 지지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캐머런 총리가 이해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교적 젊은 소수 인종출신이라고 해서 진보·좌파 성향 정치 의제를 내세우지는 않는다. 오히려 발언과 행동에는 ‘강경 보수’의 색채가 묻어난다.
2라운드에 진출한 ‘소수인종’ 경선 후보 3명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모두 찬성 투표를 던졌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브렉시트가 상당 부분 ‘반이민’ 정서에 의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외인 지점이다.
브레이버먼 후보는 최근 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하면서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갈색 피부를 가졌다는 이유로 나에게 투표하진 말아 달라.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점을 보고 나에게 투표해달라”고 말했다.
현지 방송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는 “불법 이민자가 영국 해협을 넘지 못하게 하겠다”면서 감세를 공약하고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베디너크 후보의 오찬 행사에서는 지지자들이 행사 장소의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을 ‘남성용’·‘여성용’으로 바꿔 놨다.
피부색만 빼면 사실상 영국의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은 수낙 후보의 사례도 있다. 그는 잉글랜드 사우샘프턴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교를 나왔다. 인도 갑부의 딸인 패션 디자이너와 결혼하기도 했다. 수낙 후보의 부인은 ‘비 거주 비자’를 활용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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