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나사 입사…부임 후 웹 망원경 위해 노력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 프로그램 디렉터 그레고리 로빈슨이 지난달 ‘거버먼트 매터스(Government Matters)’ 방송에 출연해 웹 망원경과 관련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Government Matters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의 '빛나는 성공' 뒤에는 프로그램 디렉터인 그레고리 로빈슨(62)이 있었다.
11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3월부터 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이끈 로빈슨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웹 망원경 합류 전 NASA에서 100여건의 프로젝트 평가를 맡았던 로빈슨은 당시 과학 임무 책임자인 토머스 주부첸의 영입 제안에도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주부첸은 로빈슨이 이미 수많은 프로젝트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데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그에게 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맡겼다.
사실 로빈슨의 경력은 NASA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통한다.
현재 NASA에서 엔지니어급 중에는 흑인이 많지만, 고위급 관리자 중에서는 드문 편이다.
버지니아주 댄빌에서 태어난 로빈슨은 담배 소작농을 하던 부모 아래 11명의 자녀 중 9번째로 태어났다.
버지니아 유니언대에서 수학, 하워드대에서 전기공학 학사 학위를 땄다.
1989년 NASA에 입사해 글렌 연구센터 부소장, 수석엔지니어 등을 지냈다.
로빈슨이 웹 망원경 프로젝트를 이끌게 된 시점은 여론이 썩 좋지는 않을 때였다.
이미 수차례 연기를 거듭한 발사 일정이 또다시 뒤로 밀렸고, NASA는 일정을 맞추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검토위원회를 꾸려 조언을 구했다.
로빈슨 부임 후에도 어려움이 계속됐다. 시험 과정에서 태양광 차단막을 고정한 나사가 떨어져나오면서 발사일은 2021년 3월로 연기됐다. 소요비용도 8억달러(약 1조400억원)나 늘었다.
검토위는 각종 문제를 살펴본 후 32개지 권고안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중 하나는 각종 내재된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우주선 전체를 조사하라는 것으로, 로빈슨은 팀원들에게 설계 도면과 사양을 일일이 확인하고 부품 주문·납품 내역을 꼼꼼히 대조하도록 했다.
로빈슨은 “경험 많은 사람들이 이끄는 팀이 여럿 구성돼 정말로 서류 작업에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설계 내용과 일치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로빈슨은 그들 중 어느 하나도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지지는 않았겠지만, 모두 고쳤다고 했다.
로빈슨 취임 당시 웹 망원경의 일정 적합도는 애초 계획의 약 55% 수준이었다. 이는 취임 몇 달 만에 95%까지 올랐다.
특히 웹 망원경 팀에는 똑똑하고 경험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이들 사이에 비판을 경계하는 문화가 있었지만 로빈슨의 부임으로 분위기가 확 변했다고 한다.
로빈슨은 우선 팀 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나쁜 소식이라도 기꺼이 공유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일정 추가 지연, 비용 초과, 코로나19 대유행, 발사체 어댑터 장착 문제까지 어려움을 겹치지 않았지만 결국 작년 성탄절 웹 망원경은 발사됐다.
이후 일은 순조롭게 돌아갔고, 관측을 시작했다. 웹 망원경을 위한 프로그램 디렉터 자리는 더는 필요하지 않게 될 전망이다.
로빈슨은 NYT에 이제 자신은 임무를 다함으로써 일자리를 잃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