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텍사스 초등학교 총기난사의 비극이 교내 폐쇄회로(CC) TV를 통해 더 생생하게 전해졌다.
미국 USA투데이가 입수해 12일(현지시간) 보도한 영상을 보면 참변의 과정에서 경찰의 무능과 비겁함이 두드러졌다.
영상은 3월 24일 오전 11시28분 텍사스주 유밸디에 있는 롭 초등학교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픽업트럭 한 대가 근처에 빠른 속도로 돌진하더니 충돌사고를 일으킨다.
총격범 샐버도어 라모스(18)는 차량에 접근하던 남성 2명을 향해 총 3발을 발사한다.
이들 남성이 겁에 질려 전력 질주로 달아난 뒤 한 교사는 11시31분 총격범이 있다고 911에 신고한다.
“애들이 달아나고 있어요.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라모스는 11시32분 교내 주차장에서 학교 건물을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한다.
탕탕! 탕탕탕탕!
교사가 어린이 학생들을 향해 다급하게 부르짖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엎드려. 교실로 들어가! 교실로 들어가!”
라모스는 11시33분 돌격소총 AR-15 한 자루를 들고 교실 복도에 들어서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이가 없다.
그는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유유히 쓸어넘긴 뒤 교실로 저벅저벅 발걸음을 옮긴다.
화장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오던 한 꼬마가 우연히 라모스의 뒷모습을 목격하고 몰래 지켜본다.
몇 초 뒤 라모스가 교실을 향해 총을 쏘자 꼬마는 뒤로 돌아 혼비백산 화장실로 다시 달려 들어간다.
라모스가 교실에 들어가자 아이들의 비명이 들린다.
총격은 교실 2곳에서 산발적으로 2분 30초 동안 이어졌다. 당국은 라모스가 그때 100여 발을 쐈다고 밝혔다.
경찰이 학교에 도착한 시각은 11시36분. 총격이 시작된 지 3분 만이었다.
권총을 지닌 경찰관들은 살금살금 복도를 지나 교실 쪽으로 서서히 다가선다.
그러나 이들은 1분 뒤인 11시37분 총성이 울리자 교실 근처에서 황급히 뒷걸음쳐 달아난다.
그 뒤로 아무도 교실에 접근하지 않았다.
총격이 시작된 지 무려 19분 뒤인 11시 52분에 헬멧, 방탄조끼, 방탄방패까지 착용한 중무장 경찰이 추가로 도착한다.
그러나 경찰은 30분이 지나도록 아무런 구조 작업을 하지 않고 복도에서 이런저런 논의만 되풀이한다.
첫 총격 후 48분이 지난 12시21분 교실에서 4발의 총성이 다시 울린다.
추가 총성을 들었음에도 중무장 경찰조차 구조에 나서지 않는다. 이들은 최루가스, 방독면, 해머를 가져온 뒤 계속 머뭇거린다.
총격이 시작된 지 77분, 학교에 도착한 지 74분이 된 12시50분.
경찰은 마침내 교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라모스를 사살한다.
후방에 있다가 총성에 놀란 경찰들이 뒤로 물러서다가 총격범 제압을 눈치채자 한꺼번에 교실로 진격하려고 한다.
이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는 한바탕 소동이 뒤따른 뒤 상황은 종료된다.
이날 롭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19명과 교사 2명 등 모두 21명이 라모스의 총에 맞아 숨졌다.
USA투데이는 “더 많은 어린이를 구할 즉각 대응에 실패한 중무장 경찰의 잔혹한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동영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에 뭔가를 해달라고 밖에서 간청한 부모, 친구, 목격자, 교실에 숨어 911에 신고한 어린이 등에게 더 깊은 마음의 상처”라고 한탄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는 유밸디 경찰뿐만 아니라 텍사스 공공안전국, 텍사스 레인저스, 연방 국경순찰대, 연방 보안청에서 나온 요원들도 있었다.
스티브 매크로 텍사스 공공안전국 국장은 경찰이 몸을 사린 게 아니라고 항변했다.
그는 현장 지휘관이 상황을 총기난사가 아닌 차분하고 꼼꼼한 대응이 필요한 협박이나 인질극으로 오판한 게 대응 실패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기 난사 사건에서 경찰의 초동 대처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신고를 받고도 경찰이 한 시간가량 학교 안으로 진입하지 않았고, 경찰의 늑장 대처에 항의하는 부모를 제압해 수갑을 재우는 장명 등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개되며 분노 여론이 들끓었다.
공포에 질린 부모들이 학교 밖에서 경찰에게 어서 진입하라고 욕설하며 절규하는 장면이 SNS에 연이어 유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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