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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 ‘기시다 중간평가’서 ‘아베 추모·동정 투표’로
구심점 잃은 아베파, 분열 가능성까지
기시다, 취임 10개월 만에 독자 노선 길 열려
아베 신조(安倍晋三·67·오른쪽) 전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모습. [유튜브 'FNNプライムオンライン'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 우익의 상징적 인물이자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던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의 충격적 사망 사건이 일본 정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치러질 일본 참의원 선거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띌 것이란 기존 전망과 달리,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와 동정 여론이 지배하며 집권 자민당의 압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의 수장이 급작스레 사라지면서 후계자가 명확하지 않은 아베파가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상왕’으로 불리던 아베 전 총리의 그림자에서 기시다 총리가 완전히 벗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분석까지 제기된다.

참의원 선거, ‘기시다 중간평가’서 ‘아베 추모·동정 투표’로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 사건의 충격을 고스란히 안고 참의원 선거는 이날 예정대로 일본 전역에서 진행됐다. 일본 참의원 의석은 총 284석이며, 이날 선거를 통해서는 125석이 새롭게 선출된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8일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수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은 선거 운동을 전면 중단했지만, 참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엔 예정대로 유세를 진행했다.

지난 8일 일본 나라(奈良)현 나라시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가 참의원 선거 유세를 하던 도중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튜브 'Nippon TV News 24 Japan' 채널 캡처]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여당인 자민당에게 유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 시즈오카(静岡)현립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이런 일이 터지면 피해를 본 쪽에서 혜택을 받게 된다”며 “일본에선 ‘동정표’라고 하는데 유권자들이 불행을 당한 쪽에 동정심을 가지고 표를 던져 자민당에 유리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2000년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가 중의원 선거 기간 뇌경색으로 쓰려져 사망했을 때와 1980년 당시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 총리가 참의원 선거 기간 급사했을 때도 자민당이 동정표를 받아 승리했다고 오쿠조노 교수는 과거 사례를 전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선거 기간 있어서는 안 되는 주요 정치인에 대한 테러 사건이라는 점에서 피해를 본 자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자민당이 승리하면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심점 잃은 아베파, 분열 가능성까지

자민당 내 역학 구조에도 대규모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아베 전 총리가 이끌던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로 불리는 세이와정책연구회(淸和會·세이와카이)가 최대 고비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아베 전 총리가 ‘1강(强)’으로 군림하며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 아베파에 새로운 지도체계가 구축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심력을 잃은 아베파의 힘이 약해지고 심지어 분열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가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 ‘아베파’ 세이와정책연구회(淸和會·세이와카이) 의원 모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あべ晋三チャンネル' 채널 캡처]

아베 전 총리처럼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가 1985년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이었던 ‘다나카파’도 후계자가 없어 분열한 바 있다.

세이와카이의 전신은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십일회’다. 한때 차기 총리로 촉망받던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무상은 2대 회장을 지냈다.

세이와카이는 오랜 기간 ‘비(非) 아베파’가 장악해왔다. 마치무라(町村)파는 2006년 9월 26일 아베 전 총리가 첫 총리 취임할 때부터 군림해 2014년 2기 내각 임기 내내 존속했다. 이후 그의 3기, 4기 내각에는 현재 중의원 의장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를 중심으로한 호소다(細田)파가 차지했다.

아베파의 세이와카이 탈환은 아베 전 총리가 사임한 이래 지난해 11월 10대 회장에 취임하면서다. 당시 그의 취임식에 정·재계 유력 인사 2000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취임 10개월 만에 독자노선 길 열려

아베파의 힘이 약해지면서 전통 온건파인 ‘기시다파’를 이끄는 기시다 총리가 집권 10개월여 만에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낼 기회로 작용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파의 지원을 받으며 당선됐다. 이 때문에 총리 취임 이후에도 아베 전 총리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시다 총리는 올해 초 한국이 강하게 반대했던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보류하려고 하다가 아베 전 총리가 “(한국이) 역사전(戰)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압박하자 추천 쪽으로 선회한 바 있다.

아울러 기시다 내각이 지난달 각의에서 결정한 ‘경제재정 기본방침’은 애초 정부가 마련한 원안에는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는 표현이 있었을 뿐 목표 기간은 설정하지 않았다. 각주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내용을 소개했을 뿐이다.

하지만 최종안은 “5년 이내에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한다”고 명시하고 나토의 방위비 목표 서술을 각주에서 본문으로 옮겼다. ‘5년 이내 방위비를 GDP의 2%로 증액’하는 의지를 더욱 뚜렷하게 담은 것이다.

지난 2005년 당시 중의원 선거에 출마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를 돕기 위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67) 전 총리의 모습. [유튜브 '【公式】HOME広島ニュース' 채널 캡처]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아베 전 총리의 입김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한 바 있다.

오쿠조노 교수는 다나카 전 총리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을 계기로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曽根康弘) 총리가 다나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전례를 언급했다.

1982년 출범한 나카소네 내각은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 다나카파의 지지로 출범할 수 있었고 다나카 전 총리는 ‘상왕’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나카 전 총리가 건강 문제로 정치 활동을 못 하게 되면서 나카소네 당시 총리는 자신의 정치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고, 국영 기업 민영화와 세제 개혁 등의 정책을 밀어붙여 성과를 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8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베 전 총리 피격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 정국에 미치는 영향 등은 지금 언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저 자신도 그런 점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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