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이 나라 정책 일관성 없기로 유명”
금화 1개에 금 31.1g 들어가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가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부터 금화를 법정통화로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짐바브웨의 금 세공사가 금화 발행에 쓰일 금 1온스(약 28g)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아프리카 빈국 짐바브웨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말부터 금화를 법정통화로 발행하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 망구디야 짐바브웨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성명을 내 금화가 가치 저장 수단의 역할을 함으로써 짐바브웨 화폐 가치 하락의 주요 원인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진정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국민들이 짐바브웨 달러나 미국 달러 또는 다른 나라 화폐를 내고 국제 금 시세대로 이 금화를 구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달 인플레율이 191%로 치솟으며 2000년대 짐바브웨를 휩쓴 초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짐바브웨는 당시 세 차례나 화폐 액면가를 바꾸다 결국 2009년 자국 화폐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 등 외국 화폐를 법정 통화로 채택했다.
이후 10년 만인 2019년 다시 짐바브웨 달러를 법정 통화로 도입했으나, 이후 짐바브웨 달러 가치는 계속 급락세다.
짐바브웨 국민은 이번 조치에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환전상인 에반스 무파치콰 씨는 “이 나라는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중앙은행이 내 돈을 받고 금화를 내어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전상인 무네수 만디오페라 씨는 “금은 비싸서 우리 중 금화를 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는 집에 돈을 쟁여놓을 것”이라면서 “금화 발행은 또 하나의 정부 실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짐바브웨 국민이 중앙은행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일례로 1000억 짐바브웨 달러짜리 지폐가 시중에 유통되기도 한 2008년에는 짐바브웨 달러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시민들이 연금을 포함해 은행에 예치한 예금을 모두 잃었다고 전했다.
이런 악몽 때문에 짐바브웨 국민 다수는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침대 밑이나 자택에 돈을 보관하는 편을 택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인 프로스퍼 치탐바라 씨는 국제 투자자들은 인플레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금화를 사용한다면서도, 금화 발행만으로 인플레를 잡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말 발행되기 시작할 금화는 짐바브웨 국경에 위치한 빅토리아 폭포를 뜻하는 ‘모시-오아-투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짐바브웨 정부가 발행할 금화 1개에는 1트로이온스(31.1g)의 금이 들어간다고 보도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