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BBC News 中文'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600원가량의 돈을 주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중국어 노래를 부르게 한 중국인 영화감독이 현지 사법 당국에 체포됐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프리카 말라위 경찰은 중국인 영화감독 루커를 인종차별과 아동착취 혐의로 체포했다.
루 감독은 지난 2020년 말라위 릴롱궤의 은제와라는 지역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중국 전통복장을 연상케 하는 빨간색 옷을 입히고 ‘워스헤이구이 즈상디(我是黑鬼 智商低)’라고 적힌 칠판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칠판에 적힌 중국어는 ‘난 검XX(흑인)이고, 지능이 낮다’는 의미다.
이 영상은 지난 2020년 한 중국인이 아이들에게 50센트(약 600원)를 주고 노래를 부르게 해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들은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서투른 중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양손을 위 아래로 흔들면서 춤을 췄다.
말라위 경찰은 지난주 수사에 착수했지만 해당 영상을 촬영한 루 감독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말라위의 이웃나라인 잠비아의 치파타에서 체포됐다.
파스콸리 줄루 말라위 이민부 대변인은 “루 감독을 말라위로 송환하기 위해 잠비아 측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 감독은 체포 후 자신이 해당 영상을 만들지 않았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과거 한 영상에 출연한 루 감독은 자신이 영상을 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낸시 템보 말라위 외무장관은 “우리는 역겹고 무례하며 깊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모욕한 것은 우리를 불쾌하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도 “동영상에서 아동착취 문제도 제기돼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영상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내용을 토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생각되는 곳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펑(吳鵬)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국장은 지난 14일 말라위를 방문해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라위 외무장관과 의견을 함께했다”며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이러한 불법 온라인 행위를 단속해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인종차별 영상을 지속해서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라위 주재 중국대사관 역시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인종차별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말라위 측과 협력해 이 문제가 적절하게 해결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영상 제작 주문은 중국 내에서 여전히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한 중국 온라인쇼핑 사이트 판매목록에는 ‘각종 아프리카 어린이들과 흑인 남성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맞춤형 영상을 만들어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 가격은 450달러(약 58만원)에서부터 950달러(약 122만원)까지 측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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