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코로나19로 타격으로 폐업·다른 정박지로 이동 중 전복돼
폐업한 점보가 지난 14일 홍콩을 떠나 다른 정박지를 찾아 예인되고 있는 모습이다. [스트레이트타임스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홍콩의 관광 명물 해상식당 ‘점보’가 폐업 끝에 새 주인을 찾던 중 전복돼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점보는 지난 14일 홍콩을 떠나 18일 오후 남중국해 시사군도(파라셀 군도)를 지나던 중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렸고, 배에 곧 물이 차면서 기울어 지기 시작했다.
점보를 운영하던 애버딘레스토랑기업은 이날 성명에서 “예인 회사의 구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보는 불행히도 19일 전복됐다”고 알렸다. 부상한 승무원은 없었다.
회사는 “현장 수심이 1000m가 넘어 인양 작업이 매우 어렵다”며 “이 사고로 회사는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규정에 따라 해양 전문 엔지니어를 고용, 지난 14일 출항 전에 선박 전체를 철저히 검사했으며, 출항과 관련한 관련한 모든 승인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홍콩의 명물 해상식당 ‘점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홍콩 애버딘 항구에서 다른 정박지를 찾아 예인되고 있다. 소유주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으로 2020년 3월 식당 문을 닫았으며, 이달 식당 운영 면허 마저 만료돼 홍콩 이외 다른 정박지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점보는 18일 남중국해 시사군도를 지나던 중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려 전복되고 말았다. 개장 46년 만이다. [AFP] |
AFP통신에 따르면 점보의 소유주 멜코인터내셔널개발(이하 멜코)은 지난달 점보의 면허권이 6월에 만료돼 점보를 홍콩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동남아 지역에 점보를 정박해둘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으나 목적지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앞서 점보는 반중 시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2020년 3월 이후 완전히 문을 닫은 상태였다.
점보는 마카오 카지노 재벌 고(故) 스탠리 호가 1976년 중국 황궁을 본 따 제작했다. 제작비만 무려 380만달러(49억원)가 들었다. 76m 길이에 2300명까지 수용이 가능했다.
휘황찬란한 조명을 달고 해상에 떠 있던 점보는 홍콩에서 꼭 가봐야할 관광 명소로 꼽혀왔다.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미국 배우 톰 크루즈 등 수 많은 유명 인사들이 다녀갔고,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스티븐 스필버그 가독의 ‘컨테이젼(Contagion)’의 촬영지로도 쓰였다.
멜코에 따르면 점보 식당은 2013년 이래 수익이 나지 않았으며, 누적적자가 1억 홍콩달러(165억원)를 넘었다. 그런데도 매해 막대한 유지보수 비용이 들었다. 멜코는 지난달 성명에서 점보를 무상 인수하겠다는 기업 또는 기관이 십여 곳에 달했으나 양도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홍콩 명물 해상 식당 ‘점보’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홍콩을 떠나 회색 빛 한가운데 떠 있는 모습이다. 소유주는 새로운 운영자를 찾지 못한 채 이달 식당 운영 면허권까지 만료돼 더이상 홍콩 항구에 머물 수 없었다. [AP] |
지난 14일 점보가 빅토리아 항구에서 떠나는 모습은 많은 홍콩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고 AFP는 전했다.
온라인에선 회색 빛 바다 위에 점보가 떠 있는 사진에 홍콩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다는 글이 달리기도 했다.
js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