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대규모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서 시신을 집단 매장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루한스크주(州)의 전략적 요충지 중 한 곳인 리시찬스크발(發) 기사를 통해 민간인들이 대규모로 묻혀 있는 집단 무덤이 장비 부족 속에 흙도 덮이지 못한 채 드러나 있는 참혹한 상황을 16일(현지시간) 조명했다.
가령, 도시를 방어하기 위한 우크라군의 포병진지가 위치한 언덕 인근에 조성된 구덩이 한 곳은 흙더미와 노란색 잡초로 에워싸인 채 후텁지근한 여름 공기에 섞여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수십 구의 시신들로 채워져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들은 리시찬스크와 강 건너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최근 포격으로 숨진 민간인들로, 시신을 인계하거나 묻어줄 친지가 없는 까닭에 집단으로 매장됐다고 NY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세르기 베클렌코(41) 이등병은 시신들이 여전히 외부로 노출된 상황에 대해 “시 당국이 보유하고 있던 굴착기 같은 모든 장비가 참호를 파는 용도로 군대에 전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Sky News' 채널 캡처] |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군에 입대한 전직 경찰관인 그는 “4월 이후 죽은 사람들을 여기에 묻고 있다”며 리시찬스크의 집단무덤에 300명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리시찬스크는 시베르스키 도네츠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와 ‘쌍둥이 도시’로 불리는 곳으로, 전쟁 전 인구 10만명을 거느린 산업 도시다.
전쟁 초반 수도 키이우를 집중 공략했으나 끝내 함락시키지 못한 러시아는 친러시아 반군의 세력이 강한 돈바스(루한스크와 도네츠크를 아우르는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세에 완강히 저항하면서 루한스크의 전략적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에서는 연일 양측의 격렬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고, 리시찬스크 역시 러시아군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되며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16일에도 리시찬스크 시 당국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군의 폭격은 이날 아침에 이뤄졌으나, 사망자가 공식 발표되기까지는 수 시간이 걸렸다.
도시 내 휴대전화 서비스와 전력 공급이 끊기는 등 외부와 단절된 탓에 시 당국은 도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유튜브 'Sky News' 채널 캡처] |
리시찬스크에는 아직 4만명 가량의 주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 민간인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들은 연로한 친지들을 보살펴야 하거나 반려동물과 떨어질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피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루다라는 이름의 여성 주민 역시 1주일 전에 이웃 주민 2명이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지만 여전히 도시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란을 가면 집세로 돈이 많이 들고, 임대한 주택은 반려동물도 허용하지 않는다”며 리시찬스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다.
한편, 강 건너 세베로도네스크에도 아조트 화학공장에 민간인 500명 정도가 은신해 있는 것을 비롯해 아직 민간인 1만명이 도시에 남아 있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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