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크렘린 내 측근과 논의 중 발언
“푸틴 핵전쟁 발언에 참석자 크게 놀라”
최측근, 우크라 평화협상안 발표로 분위기 전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AF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수뇌부 간의 회의에서 핵무기를 사용한 전쟁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러시아 독립매체 제너럴SVR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측근 몇 사람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 공개했다.
제너럴SVR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14일 러시아 정부 수뇌부 인사인 측근과 ‘특별 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칭하는 말)’의 전망에 관해 논의하던 도중 “조만간 핵전쟁은 불가피하다”며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우리는 결정적인 타격을 가장 먼저 가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제너럴SVR은 “최근까지 푸틴 대통령의 측근 대부분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통해 서방에 대해 협박에 나서거나,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라는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제거됐다고 믿고 있었다”며 “푸틴 대통령의 ‘핵전쟁’ 발언에 참석자들이 크게 놀랐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대화에 참석했던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비서관은 푸틴 대통령의 핵전쟁 발언 직후 우크라이나와 진행할 평화회담 준비에 관한 보고서에 대해 서둘러 발표하며 분위기를 전환했다고 제너럴SVR이 전했다.
파트루셰프 비서관은 푸틴 대통령이 물러났을 시 임시로 권력을 이어받을 가장 유력한 인물로 꼽힌다. 그는 러시아어로 ‘강한 사람들(strongmen)’을 뜻하는 실로비키 중 한 명이다. 실로비키는 주로 정보기관, 군대, 경찰 혹은 관련 기관 출신으로, 파트루셰프 비서관 역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옛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후신인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국장을 지냈다.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 설계자로 알려졌다.
제너럴SVR은 파트루셰프 비서관이 비록 크렘린궁 내 ‘강경파’에 속하는 인물이지만, 전쟁으로 러시아가 회복 불능 수준의 파괴에 이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그의 아들인 드미트리 파트루셰프 러시아 농무장관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과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비서관이 과거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AP Archive' 채널 캡처] |
제너럴SVR은 “파트루셰프 비서관은 푸틴 대통령과 달리 전쟁이란 군사적 방법에 몰두하고 있는 국방부·총참모부 내 ‘바보들(idiots)’ 대신 FSB 등 정보기관 내 전문가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파트루셰프 비서관은 이날 회의에서 러시아에 계엄령을 발령하고 총동원령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고 제너럴SVR은 덧붙였다.
한편, 제너럴SVR은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동안 크렘린궁 내부 핵심 정보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측근의 움직임 등 크렘린궁의 내밀한 사안들에 대해 전함으로써 명성을 떨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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