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관련 선악 논리 경계해야”
[유튜브 'ROME REPORTS in English'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한 국가 지도자로부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말을 들었다고 공개했다.
14일(현지시간) 발행된 예수회 정기 간행물 ‘라치빌타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에 따르면 교황은 지난달 19일 바티칸에서 라치빌타카톨리카 편집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전쟁이 시작되기 몇 달 전 한 국가원수를 만났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며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한 뒤에 내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움직임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왜 그러냐고 묻자 그는 ‘그들(나토)이 러시아 문 앞에서 짖고 있다. 그들은 러시아가 제국이라는 점과 어떠한 외국 세력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현 상황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교황은 해당 국가원수가 누구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교황은 또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체첸·시리아 용병에 의해 자행되는 잔인함·흉포함을 비난하면서도 흑백 논리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교황은 “여기에 형이상학적인 선과 악은 없다. 서로 매우 밀접하게 얽혀있는 요소를 가진 글로벌 차원의 무언가가 등장한 것”이라면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측의) 괴물 같은 모습만 보고 이 전쟁의 배후에서 펼쳐지는 전체 장면을 보지 못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아마도 이 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도발됐거나 혹은 방지되지 않았다”는 표현도 썼다. 로이터· AFP 통신 등 일부 외신은 나토의 동진이 전쟁을 유발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교황은 지난달 보도된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일부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다.
교황은 이어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푸틴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단순화해 그렇게 말하면 틀린 것”이라며 “어떤 문제의 매우 복잡한 뿌리와 이해관계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선과 악의 구별로 바꿔놓는 것에 반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교황은 더불어 오는 9월 예정된 카자흐스탄 방문 때 러시아 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고 싶다는 뜻도 피력했다.
교황은 이달 레바논 방문을 계기로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키릴 총대주교와 회동하기로 했으나 전쟁 와중에 이뤄지는 이 만남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호 합의로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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