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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쓰인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장. 10m 길이의 현수막을 한 줄로 이어보면 1281km에 이른다. 현수막을 모두 펼쳐놓으면 면적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1배. 무게도 192t에 달한다.
이 현수막은 선거운동용 현수막만 포함된 수치다. 후보자나 정당선거 사무소 외벽에 걸리는 현수막이나 투표를 독려하는 현수막 등은 제외됐다. 사실상 모든 후보들이 사무소 외벽에 홍보 현수막을 쓴다는 걸 감안하면, 실제 선거 후 버려지는 현수막은 추정치를 훨씬 웃돌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수막을 재활용하면 된다는 식의 대안을 제시한다. 물론 재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폐기물 양에 비해 재활용되는 건 너무 미비하다는 점.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줄곧 20~30% 수준에 그쳤다. 재활용하는 건 단순 작업을 거쳐 장바구니나 마대 등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판매하기엔 상품성이 너무 떨어지니 대부분 친환경을 홍보하려는 목적 정도로 제작·유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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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서울 합정역 사거리에 선거 후보 현수막들이 걸려 있다. 이 곳에 걸린 현수막만 총 12개다.[김상수 기자] |
장바구니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리 없으니 당연히 재활용품 수요가 공급을 감당할 리 없다. 결국, 대부분 현수막은 선거 후 쓰레기로 폐기 처리된다. 사실상 선거운동을 위한 단 2주짜리 일회용 쓰레기다. 그렇게 이번 지방선거에도 월드컵경기장 21배에 달하는 현수막 폐기물이 쏟아졌다.
이번 선거의 선거 공보 수량은 약 5억8000만부. 모두 모으면 29㎢로, 여의도 면적 10배 크기다. 선거공보를 한 줄로 이으면 15만6460km. 공보물을 따라 걸으면 지구를 3바퀴 돌 수 있다. 지구 3바퀴에 이르는 공보물들은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몇 명의 유권자에게 유의미한 정보 제공을 했을까? 과연 공보물을 뜯어보긴 했을까? 그대로 쓰레기통을 향하는 공보물은 얼마나 될까? 꼭 필요한 유권자에게만 배포할 순 없을까? 거리 곳곳에 비치해 원하는 이들만 가져갈 순 없을까? 이런 고민은 누가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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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집배원이 투표안내문 및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연합] |
1인당 7장을 받았던 이번 지방선거에선 약 3억장의 투표용지가 쓰였다. 이를 전부 쌓으면(100장 기준 1cm) 에베레스트산 3.3배에 달하는 높이가 된다. 한 줄로 이으면 5만4000km로 지구 한 바퀴보다 길다. 선거벽보는 약 79만부. 잠실 야구장의 6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사라진 나무는 얼마나 될까?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선거벽보, 선거공보물 등으로 쓰인 종이량은 총 1만2853t. 종이 1t을 생산할 때 30년 된 나무 17그루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30년산 나무 21만여 그루가 쓰였다. 21만여 그루로 조성된 숲은 서울식물원의 1.4배 크기다. 다시 말해,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서울식물원 하나를 없앴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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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 |
모든 쟁점이 그렇듯, 환경 분야 역시 선택의 문제다. 비용이든 불편함이든 희생이 불가피하다. 공보물이나 현수막 등 선거 폐기물도 여전히 누군가에는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 ‘누군가’는 빠르게 줄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선거 정보의 90%를 TV나 인터넷으로 얻는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연구 보고서를 굳이 인용할 필요도 없다. 그냥 우리의 일상 속 체감으로도 충분하다. 시대는 급변했고 정보 획득의 창구도 급변했다. 여기까지가 ‘펙트’다.
다시, 이젠 선택의 문제다. 코팅된 종이 공보물은 재활용도 불가능하고, 폐현수막은 일부 마대나 에코백 등으로 재활용될 뿐 상당수 소각 처리된다. 사실상 2주짜리 일회용 폐기물이다. 시대는 빠르게 변하는데 선거 문화는 수십년째 그대로다. 이번 지방선거도 여전했다. 2년 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그땐 과연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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