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WXYZ-TV Detroit | Channel 7'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세계에서 바이러스성 질환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이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성소수자들이 공격의 대상으로 고통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원숭이두창 전파의 요인을 ‘동성 간 성관계로 확산됐다’고 보도한 일부 언론의 보도로 성소수자들이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히게 되면서다.
26일(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엔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독일 온라인 상에선 동성애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성소수자들을 비방하는 댓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독일의 한 동성애자 커뮤니티 관계자는 LAT와 인터뷰에서 “비방 댓글 중에는 원숭이두창을 ‘게이팍스(gaypox, 동성애자두창)’로 부르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수도 베를린의 기차 내부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원숭이두창은 게이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낙서까지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HIV 바이러스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원인 바이러스다.
독일 뮌헨의 한 AIDS 지원 단체 사무국장인 토비아스 올리베이나 바이만텔은 “질병 확산 방지에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확산 요인을 단순화한 것도 실수”라며 “특정 집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베를린 지역 언론 타게스슈피겔(Tagesspiegel)의 칼럼니스트 잉고 바흐는 “단 한 문장으로 특정 집단을 (원숭이두창 확산의 책임이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동성 간 성관계를 원숭이두창 전파의 원인으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라고 지적한다.
원숭이두창은 사람의 피부, 호흡기, 점막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건 등을 통해서도 전파가 이뤄진다.
미국 전염병학회(APS)와 HIV의학협회도 원숭이두창 확산 요인과 관련된 인종차별적이고 성소수자 혐오적인 언어 사용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성명을 통해 “특정 집단에게 비난을 가하는 낙인은 질병에 대한 대처를 약화시키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에 나서는 행위를 단념토록 한다”고 했다.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도 일부 보도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원숭이두창 관련 언론보도와 논평, 사진에서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감염 위험이 큰 사람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접촉을 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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