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구축 최선 방법은 우크라의 EU편입”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하원 의원이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CNBC에 헨리 키신저 장관의 우크라이나 영토 관련 발언에 대해 맞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CNBC 인터내셔널TV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크름반도를 양보해야한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의 한 의원은 “키신저는 20세기에 살고 있다”고 일축했다.
미국 CNBC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한 길거리 인터뷰에서 올렉시 곤차렌코 우크라이나 하원 의원은 “키신저씨는 여전히 20세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21세기에 있으며, 우리 영토를 일인치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냉전시대에 이름을 떨친 베테랑 외교관인 키신저(99)가 시대착오적 조언을 한 것으로 치부된 셈이다.
곤차렌코 의원은 오히려 키신저의 조언이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최악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우리는 푸틴을 지금 멈춰세워야하고, 더 나가게 해선 안된다"면서, 평화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크라이나를 가능한 한 빨리 유럽연합(EU)에 편입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23일 다보스포럼에서 화상으로 참여한 대담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두달 안에 협상을 시작해야한다고 조언하며, “우크라이나의 영토는 전쟁 이전 수준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24일 이전의 상태란, 러시아가 2014년에 강제병합한 우크라이나 땅 크름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해야한다는 의미다.
키신저 장관은 "전쟁을 그 지점 이상으로 추구하는 건, 우크라이나의 자유에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그 자체를 대항한 새로운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간스크) 지역을 협상의 일부로서 러시아에 양보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러시아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크름반도를 러시아령으로 인정할 것인 지에 대해선 입장이 명확치 않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키신저의 발언을 일축했다. 그는 "나는 헨리 키신저를 존경하지만, 그가 미국 행정부의 공식 직책을 갖고 있지 않은 점에 감사하다"고 에둘러 비꼬았다. 쿨레바 장관은 "그는 나름의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 견해에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CNBC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과 무결성은 어떤 다른 것보다 상위에 있고, 평화 협상을 어떻게 할 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그의 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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