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INQUIRER.net' 채널 캡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우상이자 영웅이라 부르며 친밀감을 나타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지른 러시아군의 전쟁 범죄 사실을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마닐라 말라카낭 대통령궁에서 열린 정부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푸틴 대통령과 내가 둘 다 살인자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나는 범죄자들을 죽이지만, 어린이와 노인들을 죽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한 정황이 드러난 것을 꼬집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다음달 30일 퇴임하는 임기 초인 지난 2016년 선포한 ‘마약과의 전쟁’ 이후 임기 내내 6000명 이상의 마약 범죄자들을 사살하는 초강경 마약 단속 활동을 주도해왔다.

이 같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단속 활동에 대해 필리핀 인권단체들은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사람들이 살해됐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주장한 ‘특별 군사 작전’이란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권 국가’를 상대로 벌인 전면전”이라고도 말했다.

다만, 자신의 발언이 푸틴 대통령 개인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총회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해왔다. 또, 러시아를 향해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공공 인프라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닐라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서 한 연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구로서 푸틴 대통령에게 요청한다”며 “러시아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당신(푸틴)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내에서 벌이고 있는 (민간인 살해 등) 난동을 멈추도록 엄중히 다스려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