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의료·성소수자·공화주의 옹호…당대표 후 중도로 변화
[유튜브 'Guardian Australia'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호주 총선에서 노동당이 다수당에 오르면서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대표 앤서니 알바니즈(59)는 새 호주 총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하원의원 151명과 상원의원 40명을 뽑는 이번 호주 총선에서 66.3%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노동당은 하원 72석을 확보, 55석에 그친 자유·국민 연합을 꺾고 다수당에 오르게 됐다.
노동당이 4석을 더 가져가거나 연정을 통해 76석 이상을 확보하면 알바니즈는 호주의 새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알바니즈는 노동당이 다수당 지위를 사실상 확정하자 승리 기념 행사에서 “큰 영광”이라며 “우리 노동당은 호주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매일 일할 것이고 나는 호주 국민에 걸맞은 정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공공주택에서 장애 연금을 받는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했다고 언급한 뒤 “호주 국민을 하나로 모으고 사회 복지 사업에 투자하며 기후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B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강력히 지지하며 기후 행동에서 세계의 지도자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BBC는 이르면 이날 그가 총리 취임 선서를 한 뒤 23일 일본에서 열릴 미국·일본·호주·인도의 대(對)중국 견제 협의체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알바니즈는 무상 의료 시스템과 성 소수자·공화주의를 옹호하며 열정적인 럭비 팬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장애 연금을 받는 미혼모 밑에서 자란’ 자신의 성장 배경을 진보적 신념을 강조할 때 종종 인용했다.
알바니즈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믿었지만 10대 때 어머니가 유럽 여행 중 유부남과 만나 자신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30년 후 수소문 끝에 그는 아버지를 찾았고, 이탈리아로 날아가 처음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만나기도 했다.
이탈리아계인 그가 총리에 오르면 호주 최초의 비(非) 앵글로-켈틱계 총리가 된다.
[유튜브 'Guardian Australia' 채널 캡처] |
알바니즈는 33세이던 1996년 시드니에서 하원 의원에 당선됐으며 그 후 25년간 하원 의원으로 일했다.
2007년 노동당이 집권하자 인프라·교통부 장관이 됐고, 2013년에는 부총리에 올랐지만, 총선에서 노동당이 패배하면서 10주 만에 물러났다.
그는 노동당 내에서도 진보 좌파 목소리를 냈지만 2019년 노동당 대표에 오른 뒤에는 중도 쪽으로 위치를 옮겼다고 BBC는 전했다.
실제 그는 중국과의 갈등에서 국가 안보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기후 변화와 관련 공격적인 정책을 지지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보트를 타고 입국하는 망명 신청자들을 돌려보내는 정책도 반대하다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다만 노인 요양 분야와 보육료, 제조업 등에서는 정부 지원을 늘리기로 약속했다.
한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이날 치러진 총선의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 TV 연설에서 “야당 지도자인 앤서니 알바니즈 노동당 대표와 통화하면서 선거 승리를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이끌어온 자유·국민 연합 대표직 사임 의사도 밝혔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