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 혐의 인정시 최대 무기징역 처벌받을 수 있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키이우 북서부 소도시 디메르를 점령한 뒤 앉힌 새 시장 올렉산드르 하르첸코의 모습. 러시아군이 해당 지역에서 퇴각하면서 하르첸코는 ‘반역’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WSJ]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일부 점령지에서 철수하면서 이들에 협력했던 현지인은 남겨져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월 말 수도 키이우 북서부에서 주민 5000여명이 사는 소도시 디메르를 점령한 뒤 올렉산드르 하르첸코를 새 시장에 앉혔다.
지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인 하르첸코는 자신은 러시아 언론만 보고 있다고 강조하며 침공한 러시아군에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3월 28일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비디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언론을 믿지 말라”며 “러시아군은 적대적이지 않으며 당신은 이들에게 정상적으로 접근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에서는 러시아군이 주민들에게 음식과 약을 배부하는 모습이 담겼다.
러시아군은 디메르뿐만 아니라 점령지 곳곳에서 주민 반대를 잠재우고 친러 괴뢰정부를 세우기 위해 지원해줄 현지인을 물색했다.
남부와 동부 점령 지역에서는 전·현직 시장과 시의회 의원, 저명한 지역 인사 등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하르첸코와 같이 대체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인사와 손을 잡았다.
자포리자주의 베르댠스크에서는 경비원이 부시장이 됐고,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는 반(反)백신 블로거가 부지사 등의 요직에 앉았다. 러시아군은 디메르에서도 '유명인사'에 협력을 제의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러시아군 편에 섰던 이들은 살던 지역에서 '눈엣가시'가 되거나 형사 처벌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군 저항에 러시아군이 디메르에서 갑자기 퇴각하면서 하르첸코는 홀로 남았다.
하르첸코 모친 이리나는 “아들은 당당해 하며 고향에 남겠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군이 곧 돌아올 것이라고 믿어 떠나지 않았다는 시각도 나왔다.
그는 이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은 뒤 겨우 살아남았고, 현재는 적군과 협력한 혐의로 구금돼 재판을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이리나는 아들이 어려운 시기에 주민을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러시아군과 협력했다고 주장하며 “모든 사람이 굶주렸고 먹을 게 없었다. (러시아군) 점령은 힘든 시기였고 하르첸코는 도우려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르첸코에 대한 비난을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주민 조야 코발은 2014년 돈바스 전투에서 친러 반군에 맞서 싸웠던 남편이 3월 11일 러시아군에 붙잡힌 이후 하르첸코에게 남편이 어떻게 될지 물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이후 남편은 호스토멜의 러시아 기지로 이송돼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 지역에 있는 감옥으로 갔다고 들었다며 “하르첸코가 여전히 살아있는 게 놀랍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하르첸코가 러시아 측에 돈바스 참전용사와 국토방위군 명단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한다.
반면, 하르첸코 이웃이었던 우크라이나 퇴역군인 안드리 리스코우는 러시아군이 점령 당시 자신을 비롯해 다른 참전 용사를 괴롭히지 않았다며 그를 두둔했다.
디메르에 러시아군이 나타나자 민감한 정보를 지우고 피신했던 원래 시장인 볼로디미르 피드쿠르하니도 누군가 구금되도록 하르첸코가 러시아 측에 정보를 줬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 보좌관은 “국민 대다수는 적군의 편에 선 반역자에 대해 법에 따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민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이래 반역 혐의 914건과 적군 협력 혐의로 788건이 접수됐다. 반역죄는 전시 중 무기징역까지 처벌되고, 적군 협력죄는 15년 징역형에 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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