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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탈리아 로마의 관광 명소인 스페인계단을 차량으로 질주해 파손한 범인이 검거됐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날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외국 국적의 37세 남성을 문화재 손괴 혐의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지난 10일 밤 렌트한 마세라티 스포츠카로 로마 스페인계단을 타고 내려와 계단 일부를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장면 캡처] |
경찰은 사건 당시 스페인계단 주변에 찍힌 폐쇄회로(CC)TV상의 운전자 인상착의와 이날 말펜사 공항 렌터카 업체에 차량을 반납하는 해당 남성의 인상착의를 비교해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 남성은 휴가차 이탈리아에 체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은 검거된 뒤 “스페인계단 아래를 운전한 게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길을 잘못 들었을 뿐이며 상황이 이처럼 심각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내가 한 행위에 대해 어떤 책임이라도 질 준비가 돼 있다”고 부연했다.
이 남성이 진술한 바에 따르면 그는 차량으로 계단을 내려가던 중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후진을 시도했고, 여의치 않아 견인차를 불렀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계단이 파손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 남성은 사고 경위와 관계없이 형사처벌과 함께 계단 복원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135개로 이뤄진 스페인계단은 로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머무는 명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1725년 완공된 바로크 시대 문화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로마 역사지구에 포함돼있다.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젤라토’를 먹던 배경 무대로 더 유명해졌다.
수많은 관광객이 먹다 흘린 음식물과 비둘기 분비물 등에 의한 부식 및 노후화가 심해지자 로마시 당국은 명품 브랜드 불가리로부터 150만유로(약 20억원)를 지원받아 2015년부터 약 2년간 복원 공사를 한 뒤 2016년 9월 재개방했다.
이후 계단에 앉거나 눕는 행위, 계단에서 음식물을 먹는 행위에 최대 400유로(약 53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례가 시행되는 등 보호 규정이 대폭 강화됐다.
앞서 2018년에도 술에 취한 운전자가 귀갓길 푸조 승용차를 몰고 계단을 운행하다 체포돼 처벌받은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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