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ROME REPORTS in English'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병사의 가족들을 만나 안전과 무사 귀환을 빌며 함께 기도했다.
교황청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 말미에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결사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군 아조우 연대 소속 병사 2명의 부인과 약 5분간 대면했다.
부인들은 이 자리에서 현장의 참상을 전하며 남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조우 연대 지휘관 부인인 카테리나(27) 씨는 “교황님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교황님이 그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으면 한다. 제발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두지 말아달라”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아조우 연대 병사의 아내인 율리아(29) 씨는 “병사들은 안전하게 제3국으로 가게 해줄 경우 무기를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군의 포로가 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고문당하고 살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율리아씨는 식량·물 부족, 부상한 다수의 병사, 사망한 이의 시신 등 참혹한 현장 상황을 교황에게 전했다.
이에 교황은 아조우스탈에 갇힌 병사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눈을 감고 두 여성의 손을 잡은 채 십자성호를 긋기도 했다.
두 여성은 행사가 마무리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교황과의 만남을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언급하며 “이 만남이 아조우스탈에 남은 우리 남편과 병사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주 넘게 이탈리아에 체류하며 아조우스탈 내 병사·민간인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해왔다.
마리우폴 최후의 거점인 아조우스탈 사수의 최전선에 있는 아조우 연대는 원래 극우 민족주의자와 신나치주의자들에 의해 2014년 자원 민병대로 창설됐으나 이듬해 내무부 산하 국토방위군으로 편입돼 정식 군대가 됐다.
현재 아조우스탈에는 아조우 연대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군 2000여명이 마지막까지 버티며 교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군의 총공세가 연일 이어지며 최후의 순간이 머지않았다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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