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가 3년만에 재개된 이 행사에서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벗었다. [C-스팬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미국 전염병 권위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우려한 대로 지난달 말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8일(현지시간) 당시 만찬에 참석했던 ABC방송, 워싱턴포스트(WP), 미국의소리(VOA) 기자 등이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이 행사 참석 직후인 지난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아직은 입원할 정도의 중증 환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은 미국 대통령과 정관계, 언론계 인사 등 수천 명이 참석해온 연례행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열리지 않다가 올해 들어선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꺾이자 지난달 30일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3년만에 재개됐다.
2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해 연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 번도 참석한 적이 없는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미국 대통령이 6년 만에 참석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특히 이번 행사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상황에서 진행됐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감염을 우려해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두고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를 심각한 위협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비판했다.
더힐은 이번 행사 이후 일련의 감염자 속출에 대해 "해당 만찬 행사로 감염됐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전국적으로 감염 사례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위험, 대규모 실내 모임이 어느 정도 위험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 만찬에 앞서 모든 참석자는 당일 코로나19 음성 확인 결과와 함께 백신 접종 기록을 제출해야 했다.
앞서 지난달 초에 3년 만에 재개된 한 언론인 클럽 행사에 참석했던 인사들 가운데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의 대변인, 부통령 공보국장, 바이든 대통령 여동생 등이 줄줄이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
언론인 행사와는 무관하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백악관의 대변인과 공보국장 등도 지난달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된 바 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누구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도 감염 위험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하루 평균 80만 명을 넘기는 등 폭증하다가 급감했지만, 최근 다시 상승 추세를 보인다.
미 언론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최근 일주일 평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7만1000 명으로, 그 한 주 전의 2만9000여 명의 두 배를 넘겼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당국자는 전날 미국이 추가 관련 예산 지원 등이 없으면 올해 하반기 코로나19가 재확산해 1억 명이 추가로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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