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 생화학 방어부대를 이끌고 있는 이고르 키릴로프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VIDEOPORTAL AM'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 군 당국이 미국·우크라이나 측의 ‘가짜 깃발 작전(상대가 먼저 공격한 것처럼 조작해 공격 명분을 만드는 수법)’ 정황을 포착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무기나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고 조작하려 미국·우크라이나 등이 준비 중이란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 생화학 방어부대를 이끌고 있는 이고르 키릴로프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군이 화학·생물·전술핵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했다고 비난하기 위한 도발을 미국이 준비 중이란 정보를 갖고 있다”며 “미국이 최소 3가지 시나리오를 준비했으며, 핵 발전소가 위치한 키이우(키예프), 하르키우(하리코프), 자포리자에서 도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키릴로프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올해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측에 아트로핀 앰플 22만개 이상을 배달했다는 점을 꼽았다. 아트로핀은 신경 작용 화학 무기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해독제다.
키릴로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서방 국가 지도자들이 연이어 러시아군의 생화학·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것도 미국이 중심이 된 가짜 깃발 작전의 한 부분이라고 했다.
미국이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을 시작하기 전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주장했던 상황과 러시아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고도 키릴로프는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5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며 “하지만 미국은 이런 도발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연이어 경고하고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다음 (공격) 계획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러시아가 어떤 비난성 발언을 하는지 보면 된다”고 비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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