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 [CNN]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가 종전선언이라는 종이 한 장에 현혹돼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미, 대북 정책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7월 취임한 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인 작년 1월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그는 재임 시절 방위비 증액, 남북협력 등 한미 간 이견 사안에서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해 논란을 빚었고, 퇴임 후에는 인터뷰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이날 문재인 정부가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 안보 동맹인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너무 주안점을 뒀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무게를 두고 한미 연합 군사훈련 축소를 고집했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폐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서명이 이뤄진 다음 날 무엇이 변할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이 아니어서 휴전 상태와 미국의 한국 방어 의무가 계속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생화학무기, 핵무기 역시 여전하다며 “김정은이 서명하는 또 다른 종이 한 장에 현혹되지 말자”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복귀시키기 위해 제재를 완화하거나 연합훈련을 축소하면 안 된다며 “우리는 몇 년간 노력했지만 실패라고 입증된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상의 결과로서 훈련과 제재를 줄이면 좋지만 미리 유인책을 주는 것은 헛수고가 될 수 있다며 이상주의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또 북한과의 대화 추구가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한미의 능력을 훼손해선 안 된다며 한국의 현 정부가 잘못된 길로 이끌었다고 한 뒤 북한의 최근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를 예시하고는 “이는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다음 달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때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24일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하고, 이에 앞서 20∼22일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리 해리스(우측 하단) 전 주한 미국 대사가 21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허드슨연구소] |
해리스 전 대사는 쿼드 정상회담이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쿼드 회담을 하면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을 하지 않는다면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포함해 한미일 모두 집권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을 언급하며 한미일 3국 협력 개선을 위해 ‘하향식’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한 뒤 “바이든 행정부에 단 한 번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미일이 해상과 지상, 공중에서 연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한일이 연합군사훈련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과정에 그는 미국의 전략폭격기가 한국이나 일본 영공으로 올 때 3국의 전투기가 같은 영공에서 동시에 작전하는 방법, 한미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델처럼 상시 주둔 해군 병력을 두고 각국이 번갈아 지휘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독도, 동해의 명칭과 같은 한일 간 ‘성가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한일 안보 협력을 위해 이런 문제를 후세에 미뤄야 한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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