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흑해에 가라앉은 러시아군 모스크바호의 마지막 순간으로 추정되는 영상. [유튜브 'FRANCE 24 Español'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영국 역사학자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흑해 함대 기함 모스크바호가 침몰하는 수모를 당한 러시아의 모습이 1905년 ‘러일전쟁’에서 패배한 제정 러시아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영국 역사학자이자 전직 엑스터 대학교 교수인 제레미 블랙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계속한다면 러시아가 1904~1905년 일본에 당한 패배를 오늘날 또 한번 경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석을 내린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블랙은 러시아 해군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모스크바호 침몰을 들었다.
이 장면이 러일전쟁 당시 전쟁의 향방을 갈랐던 ‘쓰시마 해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쓰시마 해전에서 세간에 의해 열세로 평가받던 일본의 함대는 당시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러시아 발트 함대를 격멸했다.
러일전쟁이 진행 중이던 1905년 대한해협에서 일본 함대와 러시아 발트 함대 사이에서 벌어진 쓰시마 해전을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영상. [유튜브 'edhaje' 채널 캡처] |
블랙은 전함 6척이 침몰하고 5380명에 이르는 병사가 전사했던 쓰시마해전과 이번 모스크바호 침몰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열세로 평가되는 적에게 굴욕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랙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가 일본에 패배한 것은 현대 사회에 접어든 이후 유럽 열강이 아시아 신흥 국가와 전쟁에서 패배한 최초의 사건”이라며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 역시 비슷한 굴욕감을 맛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군 무기 기술이 우크라이나군의 무기 체계보다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 역시 러시아의 전력이 일본에 비해 객관적으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러일전쟁 당시와 비슷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일전쟁이 진행 중이던 1905년 대한해협에서 일본 함대와 러시아 발트 함대 사이에서 벌어진 쓰시마 해전을 다큐멘터리로 재구성한 영상. [유튜브 'edhaje' 채널 캡처] |
블랙은 푸틴 대통령의 판단이 러일전쟁을 패배로 이끌었던 제정 러시아의 니콜라이 2세의 판단과도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력을 과신해 전쟁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다.
블랙은 “내가 만약 푸틴 대통령이었다면 러일전쟁의 교훈을 반드시 곱씹어볼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의 군대가 결과적으로 패배할 경우 21세기 차르(러시아 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의 통치 역시 끔찍한 종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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