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Служба безпеки України'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러시아군 지휘관의 통화 내용을 도청한 것을 근거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러시아명 아조프스탈) 제철소를 완전히 파괴할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19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제철소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주둔한 한 러시아군 지휘관이 아내와 통화한 내용을 도청했다면서 이를 공개했다.
SBU가 러시아군 지휘관으로 지목된 이는 “우리는 이곳(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그의 아내로 추정된 여성이 “그게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는 “‘3t짜리’가 하늘에서 날아올 거야. 지상의 모든 것을 무너뜨릴 거야”라고 답했다.
이 ‘3t짜리’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대규모 폭탄 투하 등 공습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어 “(이곳에서) 모두가 떠났고 (우크라이나) 애국자와 아주 똑똑한 사람들만 남아 있다”라고 비꼬았다.
SBU는 이를 토대로 러시아 군사작전의 목표가 사실 돈바스 지역의 ‘해방’이 아니라 우크라이나라는 국가를 없애버리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보도한 미 CNN 방송은 SBU가 도청했다는 통화 내용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조우스탈 제철소로 추정되는 곳에서 은신 중인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왓츠앱을 통해 15분가량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자신의 이름이 가심이라고 밝힌 이 군인은 “우리는 포위됐고 러시아군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우리를 폭격 중”이라면서 “우리에게 남은 계획은 우크라이나군이 상대 포위를 부술 때까지 기다린 후 여기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당신과 이야기하는 동안 러시아군이 폭탄을 떨어뜨리며 공습하고 있다. 미국에 우리를 도와달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다른 군인은 전투 물자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조국, 국민, 우크라이나의 자기 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가심과 그 동료들이 현재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은신했다고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현재 당국자들이 마리우폴 내 피신 장소로 꼽은 곳이 이 제철소뿐이라고 해설했다.
러시아군은 개전 후 동부 돈바스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 공략에 주력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마리우폴 대부분 지역을 장악했으나 아조우 연대를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군은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거점으로 최후의 저항을 벌이고 있다.
이 제철소에는 현재 2500명가량의 우크라이나군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무장한 병력뿐 아니라 민간인 약 1000명도 이 제철소의 지하 시설에 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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