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1만명 이상 갇혀 있어
전기·수도·난방 없이 목숨 유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이지움에 포격을 가한 모습. [Elmer Matthew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소도시 이지움이 러시아군에 사실상 함락되면서 자칫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는 부차처럼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지움은 하르키우주에 있는 인구 4만6000의 소도시로,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로 가는 길목이다. 슬라뱐스크는 러시아가 돈바스 전투에서 눈독 들이는 전략 요충지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일찌감치 이달 1일께 이지움을 포위했고, 이곳에 사는 일부 민간인이 피란하지 못하고 갇혔다. 시 당국이 주민 일부를 대피시켰으나 여전히 1만∼1만5000명이 갇혀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은 이지움 주민이 지하실에서 수 주간 갇힌 채 전기, 수도, 난방 없이 간신히 목숨만 유지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발레리 마르첸코 이지움 시장은 러시아군이 진입한 뒤 민간인 주거지에서 약탈도 속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른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인이라는 무장괴한들이 무기를 들이대며 자동차를 빼앗아갔다”면서 “집에 있던 술도 전부 가져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지움이 자칫 제2의 부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차는 앞서 러시아가 개전 초반 키이우로 가려던 길목에서 점령했던 소도시로, 러시아군이 빠져나간 뒤 민간인 집단 학살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마르첸코 시장은 “부차와 이지움은 너무나 비슷한 처지”라며 “두 곳 모두 주택 80%가 붕괴했고, 시민들이 지하실에서 한 달 넘게 폭격을 피해 숨어 있으며 식량은 동났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살생부’를 만들었으며, 여기에는 무기 소지자, 사업가, 시민 활동가, 군인 등이 포함됐다는 진술도 나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르첸코 시장은 “세차례 인도적 통로로 대피를 시도했으나 버스가 접근할 때마다 러시아의 공격에 되돌아가야 했다”며 “일부 자원봉사자가 자기 차로 목숨을 걸고 주민을 대피시키는 중이며 사전에 조율된 대피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18일부터 돈바스 공격을 개시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지움에서도 탈환하려는 우크라이나군과 이에 맞선 러시아군의 격렬한 전투가 예상된다.
이지움은 우크라이나 동쪽으로 치우쳐 있어 당국이 사태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마르첸코 시장은 “공습, 포격, 폭격으로 1000명 정도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지움은 러시아군에 맞서 필사의 항전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강을 기준으로 러시아군이 북쪽에서 침투하자 우크라이나군은 다리를 끊어버리는 강수를 두면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일단 막았다고 마르첸코 시장은 말했다.
러시아군은 3주 동안 강 남쪽으로 건너오지 못했으며, 임시 다리를 만들려 할 때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끊임없는 시도 끝에 강을 건넜고 곧 이지움을 포위했다고 마르첸코 시장은 설명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