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표는 ‘루카셴코 정권 전복’
[CNN 방송 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는 조국과는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패배를 목표로 전쟁에 참여하는 벨라루스인들이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유럽에 체류하는 벨라루스 망명자들로 구성된 ‘포호니아 부대’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서 훈련 중이라고 전했다.
규모는 30명 미만으로, 부대원의 나이는 19∼60대로 다양하다. 대부분 전투 경험이 없다.
이들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 속에 당선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강경 진압했던 2020년에 조국을 떠났다.
이들이 뭉친 것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전에서 패퇴시켜 벨라루스를 푸틴 대통령의 손아귀에서 해방시키겠다는 의도에서다. 최종 목표는 벨라루스를 지원해온 푸틴 대통령의 힘을 약화시켜 ‘유럽 최후의 독재자’로 불리는 루카셴코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포호니아 부대를 직접 모은 반체제인사 바딤 프로코피예프는 “벨라루스인들에게 우크라이나 편에 서서 전투에 참여하자고 촉구했다”며 “이는 벨라루스를 위한 전투인 2단계에 앞선 1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진다면 벨라루스는 자유를 얻을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긴다면 이는 곧 푸틴이 너무 바쁘고 너무 약해져서 루카셴코에게 자원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포호니아 부대원들은 우크라이나 외국인 의용병 부대인 ‘국토방위군 국제여단’에 참여하길 원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야권 지도자인 스뱌틀라나 치하노우스카야는 벨라루스 의용군 수백명이 이미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싸우고 있으며 개전 이후 4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벨라루스 국민들은 벨라루스 운명이 우크라이나 운명에 달려있다는 점을 안다”며 “우리 땅에서 루카셴코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자유롭게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치하노우스카야는 “이들 벨라루스 전투병들은 모두 진정한 영웅”이라며 “그들이 지금은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고 있지만 아마 언젠가는 벨라루스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침공의 길을 열어주고 공군기지를 내주는 등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최근 벨라루스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반정부 움직임이 있긴 하지만 영향력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철도 근로자들은 러시아군 물자 수송 열차를 멈추기 위해 선로와 신호 장비를 파괴하거나 사이버 활동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연루된 벨라루스 국가기관들을 해킹하기도 했다.
프로코피예프는 “긴 여정은 어딘가에서 시작되기에 작은 힘을 쌓아 보다 큰 힘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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