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 “수산·관광업에 악영향” 반대
미 동부 매사추세츠주(州)에 위치한 필그림 원전의 모습. [유튜브 'CBS Bosto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 회사가 동부 매사추세츠주(州)에 있는 폐쇄 원전을 해체하면서 원전 안에 있는 원전수를 인근 바다로 방류하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원전업체 홀텍 인터내셔널은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에 있는 필그림 원전 해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케이프 코드만 연안에 있는 이 원전은 거의 반세기 동안 이 지역에 전기를 공급한 뒤 2019년 폐쇄됐다.
문제는 이 발전소 안에 보관 중인 약 400만ℓ에 이르는 원전수다. 홀텍은 원전수를 처리해 바다로 방류하는 방안을 검토하지만 지역 주민과 수산업자,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AP는 이같은 논란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의 오염수 해수 방출 논란과 닮은꼴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봄 오염수 100만t 이상을 인근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과 중국 등과 갈등을 빚고 있다.
매사추세츠 해산물 협동조합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50개의 굴 양식장이 있으며 이들은 원전수가 수산업과 지역경제를 황폐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의 하원의원 윌리엄 키팅은 매사추세츠주의 다른 의원들과 함께 지난 1월 홀텍에 원전수 방출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또 미국 원자력 규제 위원회(NRC)에 규정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하원 의원인 조시 커틀러도 케이프 코드만이 관광명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록 방사능 수치가 낮더라도 바다 안에 원전수가 있다는 것은 관광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해안이나 내륙 수역으로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반면 홀텍 측은 필그림 원전이 이미 지난 50년간 바다로 원전수를 방출해 왔으며 연구 결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홀텍은 2011년과 2013년 각각 124만ℓ, 118만ℓ의 원전수를 방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NRC는 이 정도 규모의 원전수 방출은 인근에서 수영하거나 이 지역 해산물을 먹어도 1년간 방사능 피폭량이 미 연방 제한 수준보다 훨씬 낮다고 설명한다.
NRC 대변인은 연방에서 정한 한계점이 매우 보수적으로 설정됐다며 배출물이 엄청난 양의 물과 섞이면 보통은 어떤 방사능도 감지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홀텍이 원전수를 방류한다면 원전수를 여과해 탱크에 넣고 방사능 수치와 환경에 미칠 영향을 계산한 뒤 방출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전수를 바다에 방류하지 않는다면 물을 증발시키는 방법도 있다. 홀텍은 지난 2년 동안 약 260만ℓ의 원전수를 증발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사용 후 핵연료를 사용할 수 없어 물을 증발시킬 열원이 사라진 상태다. 이 때문에 원전수를 증발시키려면 다른 열원이 필요해 처리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
AP는 원전수에 금속 등 수질오염방지법에서 규제하는 오염물질이 없다면 NRC나 환경청(EPA) 승인 없이도 바다에 방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홀텍은 올해 안에 원전수 처리 방법을 결정할 예정이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