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No Comment TV'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가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체르니히우, 수미 등에서 러시아군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지만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서 이들을 격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영국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역에 강력한 방어 거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침략군을 몰아낼 능력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같이 전했다.
키이우 등에서의 러시아군 철수는 예상보다 포괄적이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 국경에서 30여㎞밖에 떨어지지 않은 수미 지역은 러시아군에 점령되지 않았고 포위공격을 받던 체르니히우로와 키이우의 연결로도 다시 열렸다.
한 달여 동안 집중 공격을 받아온 키이우도 러시아군 철수로 포격 사정권에서 벗어났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서 미사일로 공격하거나 재침공하지 않는 한 당장은 위험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런 전황은 러시아군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부실하게 계획된 여러 전선 공격에서 큰 손실을 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참전 러시아군 14만명 가운데 7000∼1만5000명이 숨지고 사망자의 2배 정도가 부상한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마크 캔시언 선임고문은 “러시아가 최초 전투 병력의 4분의 1 정도를 잃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신속한 퇴각은 여러 측면에서 전력이 소진됐고, 남부 마리우폴 점령을 위한 시가전과 우크라이나군이 방어 거점을 구축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에서의 재래식 군사작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들 지역 전투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점치기 어렵다는 견해다.
러시아는 여전히 공격 능력과 공격 의향을 가지고 있고,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기 위해 전략요충지 이지움 남쪽을 압박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벤 배리 지상전 전문가는 “러시아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인근의 우크라이나 방어군을 밀어내고 싶다면 5년 이상 구축해온 방어진지에서 이들을 몰아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중포병 지원과 함께 보병, 탱크, 포병, 공군력 등 연합 무기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키이우 등 북서부에서는 러시아군을 물리치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부와 남부에서는 이들을 물리칠 능력이 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호주가 우크라이나군 기동력에 도움이 될 부시마스터 장갑차를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항공기와 탱크 지원 요청에 여전히 답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군이 돈바스에 거점을 구축한 채 방어전략으로 나올 경우 공격보다 방어가 3 대 1 비율로 유리한 특성에 따라 군사적 균형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 수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현재 전력을 집중하고 있는 마리우폴 점령에 성공할 경우 러시아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사이 남부를 장악하고 오데사를 고립시켜 우크라이나는 바다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전투에 직면해있지만 패배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전장에 변화가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의지에 반해 사실상 다시 분할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