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The Guardia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가 최근 수복한 수도 키이우(키예프) 인근 도시 부차에서 러시아군의 민간인 살해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인 학살을 전쟁 시 궁지를 타개하기 위한 전형적인 수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민간인 학살은 러시아가 전쟁 계획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등장하는 수법이었다고 소개했다.
1999년 제2차 체첸전쟁 당시 러시아는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초기부터 손에 넣으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가자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전략을 썼다.
이로 인해 그로즈니는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고 주민 수천명이 희생됐다. 2003년 유엔은 그로즈니를 ‘지구상 제일 파괴된 도시’로 지정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개입한 시리아 내전에서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러시아는 2016년 반군 거점이던 알레포의 주거지역을 공격하는 데 화학무기까지 동원하면서 포위를 이어갔고 그 결과 반군 소탕 작전에 성공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비슷한 수법이 확인된다.
체르니히우,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지에서 주거지역뿐 아니라 병원, 학교, 대피소 등 핵심 인프라가 무더기로 파괴됐다.
앞서 이날 부차에서는 민간인 시신 410구가 수습됐고 집단매장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같은 민간인 학살 정황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전에서 예상외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키이우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곧장 수도 중심부로 진격할 계획이었으나 우크라이나군의 강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대신 러시아군은 곳곳에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교전을 이어가며 민간 목표물을 공격하거나 포위한 도시를 고립시키는 소모전을 폈다.
안에 남겨진 주민들은 외부 보급로가 막힌 상황에서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포위 초기에는 통신을 비롯한 전기, 가스, 식수 등 생활 기반이 되는 것을 전부 차단했고 이어 외부와 단절된 지역을 계속 포위하며 군·민간을 가리지 않고 공격했다.
또 민간인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에 합의한다고 했다가 다시 철회하면서 상대편을 지치게 하는 수법도 썼다.
이는 러시아가 무자비한 공격으로 도시를 초토화하면 공포 때문에 저항 의지가 무너지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아울러 가디언은 러시아가 초기 계획에 실패한 배경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을 꼽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상대편 군사력을 과소평가하거나 자국군 우위를 과신하면서 전세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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