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軍 고의적 공격에 마리우폴 모든 것이 파괴 중”
[젤렌스키 텔레그램]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투항 요구를 거부하고 결사 항전 중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식수난을 겪으며 기본적인 인간으로서의 삶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마리우폴의 상황을 “시체와 파괴된 건물들이 가득 찬 얼어붙은 지옥”이라고 묘사했다.
마리우폴 주민이라는 한 여성은 BBC와 인터뷰에서 “21세기인 지금 마리우폴에서는 아이들이 탈수증으로 죽어가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굶주리고 있다”며 “내 도시는 완전리 파괴됐다. 러시아군의 폭격이 너무 심각해 지하실조차 버텨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마리우폴 주민 트미트로 씨는 영국 주요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식량 부족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유기견을 잡아 먹고 있다며 마리우폴의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언론을 통해 듣고 있는 사람들은 직접 보기 전엔 결코 진짜 참상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상의 지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기자인 빌 날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통해 “식수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라디에이터에 있는 물을 빼내 마시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불과 한 달 전까지 정상적인 삶을 살던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는 버티지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bbc' 채널 캡처] |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에 게시한 연설 영상을 통해 마리우폴 내에 아직도 1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비인간적(inhumane)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이고 테러와 가까운 공격으로 인해 마리우폴의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며 “마리우폴 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와 어려운 협상을 지속하고 있으며, 때로는 수치스런 생각이 드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끔찍한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튜브 'bbc' 채널 캡처] |
우크라이나군은 협상을 통해 전쟁이 끝나는 날까지 용감하게 싸우고,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발생하는 참상에 대해 실체를 보여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반대에 힘을 실으며 우크라이나를 위한 기도를 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감사 인사도 남겼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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