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대전 참가자, 獨 히틀러 부상 초래한 역사” 지적도
의용군 vs 시리아 용병 구도…전쟁 잔혹성 ↑ 가능성
국제의용군 지원자들이 실전 투입 전 훈련을 받고 있는 모습. [유튜브 'INQUIRER.net'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맞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국제의용군으로 참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의용군이 새로운 파시즘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참가자는 전 세계 52개국 출신이며, 규모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유럽 출신이 대다수지만 미국, 한국, 일본, 인도 등에서 건너간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인기 유튜버 출신인 이근 전 대위가 참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네오나치나 백인 우월주의자 같은 극우 세력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독일 극우세력이 참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이같은 형태의 참전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강제로 참전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마르티나 레너 독일 좌파당 의원은 “네오나치 활동가가 우크라이나에서 전투 경험을 쌓는 것은 독일 정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뉴스위크 일본판에서는 100년 전 독일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끔찍한 폭력을 경험한 군인들이 이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폭력적인 정치 문화를 형성해 히틀러의 부상을 초래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1차 세계대전 뒤 독일에서는 참전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의용군 조직(Freikorps)이 결성됐고, 이들은 규모가 축소된 정규군을 대신해 좌파 활동가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데 관여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반공산주의자였지만 동시에 반공화국 성향도 띠고 있었다고 뉴스위크 일본판은 전했다.
나치당의 유력자 중에도 의용군 경험자가 많았다. 나치의 준군사 조직인 돌격대의 실질적 지휘관이던 에른스트 렘도 그 중 한 명이다.
독일 출신 역사학자 조지 모세는 병사와 의용군에 의해 형성된 ‘전쟁 체험의 신화’는 정적(政敵)을 비인간화해 그들의 전멸을 목적으로 하는 사고를 받아들이기 쉽게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 네오나치 그룹으로 알려진 아조프 연대가 지난달 25일 외국인 전투병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기 시작하자 이 조직의 공식 텔레그램에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세계 각지로부터 참여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쇄도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인기 있는 네오나치 웹 채널 등을 통해 참전 정보를 교환한 뒤 유럽 각지에서 차량을 공유해 우크라이나로 향했다고 WP는 덧붙였다.
WP는 “네오나치 추종 세력은 그들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의용군과 러시아가 고용 중인 중동 출신 용병들의 대치를 두고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등지에서 시가전에 숙달된 용병을 돈을 주고 우크라이나로 끌어오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상적으로 경도된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일부 네오나치 세력은 이 새로운 전쟁을 그저 자신들의 폭력적 환상을 실연해보는 장으로 여긴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과거의 전쟁 양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가 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하면서 대중이 전쟁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SNS를 포함한 미디어의 진화에 따라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정보가 빠른 속도로 퍼지면서 ‘전쟁의 신화화’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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