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둘러싸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중국도 제재할 수 있음을 미국이 시사하자 중국도 ‘반격’을 예고하고 나섰다.
미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의 회동 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이나 제재를 위반하는 다른 지원을 할 경우 중대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친강 주미 중국 대사는 15일자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중국의 지지와 협력을 구하면서 중국 기업들에 제재의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은 통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어떠한 형식으로도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훼손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이 만약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경고한 ‘중대한 결과’는 러시아와 거래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2차 제재(Secondary Boycott·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쪽에 부과하는 제재)일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가 거부권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기에 미국의 러시아 관련 제재는 기본적으로 ‘국제 규범’에 해당하는 안보리 제재가 아닌 독자 제재다. 따라서 미국은 자국 국내법에 근거해 러시아와 거래한 중국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때인 2018년 9월 미국은 러시아산 무기 도입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EDD)와 그 책임자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2차 제재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제재의 근거는 2017년 8월 북한과 이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통합해 만든 ‘미국의 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CAATSA)’이었다.
그때는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도입하는데 관여한 중국 기관과 인사를 제재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러시아를 군사·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중국 기관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이 검토중인 대 중국 2차 제재의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결국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꺼내 든 제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미국이 빼든 대러 제재는 일부 러시아 금융기관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배제하는 금융 제재,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막는 에너지 제재, 반도체·전자·통신 등 분야 제품 수출을 규제하는 기술 제재 등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대한 2차 제재를 검토한다면 이들 금융, 에너지, 기술 등 3개 분야와 관련해 러시아 측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력한 반격’을 예고한 중국은 작년 도입한 반(反)외국제재법을 활용해 미국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반외국제재법은 외국이 중국 기업 등을 제재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해당 제재의 결정이나 실시에 참여한 외국의 개인·조직을 보복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 입국 제한,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기업·개인과 거래 금지 등 각종 '맞불'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16일 발간된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실은 글에서 “제재와 내정간섭에 반대하고 확대관할법(long arm jurisdiction)에 대항하는 법률과 법규를 한층 완비해 우리나라 법 영역 밖에 적용할 법률 체계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강경한 맞대응 기조를 보이며 러시아와의 정상적인 교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올가을 당 대회를 앞두고 안팎의 악재 속에 중국의 경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터에 미국의 제재가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아직 대 중국 우위에 있는 첨단 기술 분야의 제재가 가해질 경우 화웨이처럼 심대한 타격을 받는 중국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중국으로선 우려할 전망이다.
중국으로선 미국발 제재시 예상되는 경제적 타격과 미국에 맞선 전략적 파트너인 러시아의 중요성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