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The Guardian'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저는 지금 최전방 마리우폴에 있습니다.”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탱크 앞에서 얇은 군복과 방탄조끼를 입고, 머리엔 방탄모를 쓴 한 동양인 남성 기자가 현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 사람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군을 종군하며 취재·보도하고 있는 유일한 외신 기자인 중국 민영 봉황TV 소속 루위광 기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루 기자가 평소 러시아 정보기관 내 고위 인사들과 맺어 온 우호적 관계를 활용,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 측의 입장과 내부 모습을 독점적으로 취재하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신의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를 통해 이 지역 내 유일한 중국 취재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루 기자는 러시아군이 승기를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 돈바스와 남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오가며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으로 현지인, 러시아군 병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루 기자는 러시아군이 봉쇄 후 무차별 폭격을 가하고 있는 마리우폴 부근 취재에서도 러시아 군인과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해당 군인은 “8년간 군에서 복무하며 전투를 경험했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루 기자가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장교 출신으로, 수십년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거주했다”며 “과거 체첸 내전에서도 러시아군의 보호를 받으며 현장에서 취재를 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The Guardian' 채널 캡처] |
가디언은 루 기자가 보도한 내용 중에선 러시아 측이 주장하고 있는 ‘허위 정보’들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무장 세력에 의해 1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인간 방패’로 활용되기 위해 인질로 잡혔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것이다.
반면, 루 기자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친(親)서방 기조로 보도를 내보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루 기자는 포격을 당한 건물에 거주한 우크라이나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취재원은 루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군대가 와서 우리의 삶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루 기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냐”고 재차 물었고, 취재원은 “우크라이나는 오랫동안 러시아인을 차별해왔다. ‘우크라이나 나치’들은 우리를 학살했고 이제 러시아 군대가 왔다”면서 “평범한 삶,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친 루 기자는 “우크라이나 시민은 자신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했지만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The Guardian' 채널 캡처] |
이 밖에도 루 기자는 생방송에서 “우크라이나 내 반중 여론이 '인터넷 트롤'인 중국 누리꾼들의 탓”이라고 지적하며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중국 누리꾼들은 루 기자의 친미·친서방 보도 방향을 문제 삼으면서 반발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