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생각할 때 핵공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유튜브 'FNNプライムオンライン'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패권 국가 중 하나로 급부상한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일본의 집권 자민당 안전보장조사회가 미국의 핵무기를 일본에 배치해 공동 운영하는 ‘핵 공유’ 논의를 시작한다.
15일 도쿄(東京)신문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정부에 안보 정책을 제언하는 자민당 안보조사회는 16일 회의에 유럽 안보 전문가인 이와마 요코 정책연구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을 초청해 핵 공유를 주제로 미국과 유럽의 핵 억지 전략에 관한 강연을 듣고 의견을 교환한다.
미국의 핵무기를 자국 영토 내에 배치해 공동 운영하는 핵 공유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채택하고 있다.
최근 일본 내 핵 공유 논의에 불을 지핀 인물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27일 일본 민영방송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도 나토식 핵 공유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이달 3일 자신이 수장인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모임에서도 핵 공유 논의의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제3당으로 약진한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도 지난 3일 핵 공유 관련 논의를 요구하는 제언을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제출했다.
그러나 핵 공유는 ‘핵무기를 제조하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일본의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
1967년 12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는 중의원 예산위에 출석해 비핵 3원칙을 언급했으며, 1971년 11월 24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준수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결의가 채택됐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일본 민영방송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일본도 나토식 핵 공유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FNNプライムオンライン' 채널 캡처] |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비핵 3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정부 내 핵 공유 논의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처음 핵 공유 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에서도 미국의 ‘핵우산’과 재래식 전력까지 포함한 ‘확장 억지’가 기능하고 있다는 이유로 “(핵 공유) 논의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泉健太) 대표도 지난 5일 자민당 일각과 일본유신회의 핵 공유 논의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용해 핵을 논의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비핵 3원칙을 바꿀 필요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에 있는 원폭 피해자 단체도 비핵 3원칙의 수정과 핵 공유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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