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터키에 연산 30~45GWh 포드 합작법인 설립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설비 착공해 기술력 과시
SK온 전기차배터리 NCM9과 미국 포드 F-150 [SK온 제공]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 정책을 확대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내 배터리 3사도 잰걸음이다. 완성차 업체와 협업해 선진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1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용 배터리 296.8GWh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0.1GWh를 생산, 판매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60.2기가와트시(GWh)로 중국 CATL(96.7GWh)의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고, SK온(16.7GWh)과 삼성SDI(13.2GWh)도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업체의 도전이 거센 데다 노스볼트(Northvolt) 등 유럽 업체들이 폭스바겐그룹 등 유럽 내 완성차 업체와 합작해 국내 업체를 견제하고 있어서다.
국내 배터리 3사도 주요 글로벌 완성차와 협업을 통해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포드, 터키 현지 제조기업 ‘코치’와 손잡고 터키에 전기차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신규 배터리 공장은 터키 수도 앙카라 인근에 세워진다. 국내 배터리 주요 3사 중 완성차와 손잡고 유럽에 생산 합작법인 설립에 나선 것은 SK온이 처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사업부장 김동명 부사장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의회 건물에서 열린 ‘LG에너지솔루션-GM 제3 합작공장’ 투자 발표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
이 공장에서는 하이니켈 계열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생산된다. 이르면 오는 2025년부터 연간 30~45GWh의 배터리 생산이 이뤄진다.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조 단위로 추정된다.
포드는 독일 쾰른에 전기차 생산을 위해 2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현재 내연기관 공장으로 운영 중인 루마니아 공장을 전기차 공장으로 변경, 2026년까지 유럽 지역에서 연간 6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에 SK온은 북미에서도 미국 켄터키 주 합작사 ‘블루오벌SK’(129GWh)와 조지아주 제2공장(11GWh)를 통해 포드에 140GWh의 배터리를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최대 완성차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최대 4개의 배터리 합작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35GWh), 미시간주 홀랜드 단독 공장 증설 등을 통해 북미지역에서 2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삼성SDI 역시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 법인을 세우고 2025년부터 미국에서 연간 23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계획이다.
전고체 파일럿 생산 설비가 들어설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삼성SDI 제공] |
완성차 업계와 합작이 배터리 생산의 ‘양’을 키우려는 시도라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배터리의 ‘질’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고체 전해질이 들어가는 전고체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거의 없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SDI 연구소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라인(S라인)을 착공했다고 밝혔다. 약 6500㎡ 규모로 지어질 이 라인에는 전고체 전지 전용 극판 및 고체 전해질 공정 설비, 전지 내부의 이온 전달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만들어주는 셀 조립 설비를 비롯한 신규 공정이 도입된다.
삼성SDI는 2023년 소형 배터리, 2025년 중·대형 전고체 배터리 기술 검증을 마치고 2027년 경 본격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재기업들의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고의 고체 전해질 기술을 보유한 정관사와 합작법인 ‘포스코JK솔리드솔루션’을 설립하고 경남 양산시에 고체전해질 공장을 착공했다. 올 하반기부터 연간 24t의 고체전해질을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는 중국,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질적, 양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