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추라·거짓선전 믿지 마라" 종이 펼쳐
"크렘린궁 위해 일한 몇 년 너무 부끄럽다"
[유튜브 'Guardian New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 주요 국영 TV 생방송 뉴스 중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든 여성이 난입해 1인 시위를 벌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유튜브 'The Guardian' 채널 캡처] |
1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1’ 뉴스 생방송에서 ‘전쟁 반대. 전쟁을 멈추라. (러시아 정부의) 프로파간다(선전)를 믿지 마라. 그들은 지금 여러분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러시아어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한 여성이 뉴스를 진행 중이던 여성 앵커 뒤로 갑자기 나타났다. 그가 든 팻말 마지막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는 영어 문구도 적혀 있었다.
러시아 독립 인권감시단체인 OVD-인포는 시위에 나선 여성이 방송국 직원 마리아 오브시아니코바라고 밝혔다.
채널1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직후 뉴스를 급히 중단하고, 방송 중단에 따른 대체 영상을 방영했다.
OVD-인포는 오브시아니코바가 시위에 나서기 전 스스로 촬영한 동영상도 공개했다.
영상에서 그는 자신의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인,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라면서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국이다. 이번 공격의 책임은 오직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행히도 지난 몇 년간 (근무 중인) 채널1을 통해 크렘린궁의 선전을 내보내는 일을 해왔는데 지금은 매우 부끄럽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이 시작됐던 2014년부터 TV 화면에 (러시아 정부가) 거짓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러시아 사람들을 좀비로 만들도록 내버려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브시아니코바는 러시아 시민이 반전시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세계가 영원히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 러시아 후손이 전쟁의 수치를 씻을 수 없게 되기 전 이 모든 광기를 멈출 수 있는 것은 러시아 시민의 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시위에 나선 사람이 오브시아니코바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OVD-인포는 오브시아니코바가 현재 모스크바 경찰서에 구금돼 있으며, 형사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realbighead@heraldcorp.com